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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의 달이 걸어오는 길 - 퍼 온 글

modory 2016. 4. 1. 15:55
달이 걸어오는 길

허수경

저 달이 걸어오는 밤이 있다

달은 아스피린같다
꿀꺽삼키면 속이 다 환해질 것 같다

내 속이 전구알이 달린
크리스마스무렵의 전나무같이 환해지고
그 전나무 밑에는
암소한마리

나는 그 암소를 이끌고 해변으로 간다
그 해변에 전구를 단 전나무처럼 앉아
다시 달을 바라보면

오 오,달은 내 속에 든 통증을 다 삼키고
저 혼자 붉어져있는데,
통증도 없이 살수는 없자나
다시 그 달을 꿀꺽 삼키면
암소는 달과 함께 내속으로 들어간다

온세상을 다 먹일 젖을 생산할 때처럼
통증이 오고 통증은 빛같다
그 빛은 아스피린 가루같다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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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보면 시인들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오는데요

처음 이 시를 읽었을때 그야말로 머릿속은 윙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자꾸만 머릿속에 맴맴돌아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했지만...아직 무슨뜻인지 다 이해하긴 제 내공이
부족한가 봅니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건 사람은 누구나 그들만의
주어진 고통이 있다는것 그것없이 살고 싶지만 또한 그없이는 살수없다는 것

첨엔 아나운서 허수경님에 대해 궁금한게 있어서 네이버 검색했는데
동명이인에 시인 허수경님이 나오셔서 알았네요
그래서 하나둘 찾아읽다보니...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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