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7-12 [류근일 칼럼] 새누리 일부 사드 배치 반대, 집권당인지 콩가루인지…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우리 군사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대해선 물론 끝없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끝없는 논쟁'이란 그야말로 전문가들끼리 하는 입씨름으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한 국가나 정부가 그럴 수는 없다. 국가와 정부는 일정 기간 심사숙고 끝에는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조만간 선택을 해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국가와 중앙정부는 사드 배치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건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국가라는 게 소꿉장난이 아닌 다음에는 그 기정사실을 되물릴 순 없다. 그랬다가는 그건 나라도 뭣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 사드 배치 예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에선 그곳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이 앞장서 "우리 지역엔 사드 배치 절대 안 된다"며 삭발을 한다, 집회를 연다, 난리 법석을 벌이고 있거나 벌일 판이다.
사드 배치를 놓고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은 "우리의 반대를 묵살하고 기어이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은 독립을 잃을 것이다" 운운하며 우리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깡패 짓, 공갈,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걸 무릅쓰고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행하기로 한 건 그것이 그만큼 치명적인 군사 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결정을 해놓고 보니 어럽쇼, 이제는 북한도 중국도 러시아도 아닌 바로 우리 내부의 지역인(人)들이 이걸 결사반대하고 나선 게 아닌가?
해당 지역의 반발은 아마도 사드가 인체에 해로운 레이더 빔을 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환경 영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 반경 100m 밖에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미국은 사드 레이더 반경 3.6㎞ 안에선 '비인가(非認可)자'의 출입을 통제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그런 "걱정할 것 없다"는 소명이 먹혀들기는커녕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제2·제3의 4대강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소동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보인다. 주요 국책 사업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막무가내 반대 투쟁이 있어서야 어떻게 국가와 중앙정부라는 게 팔다리인들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님비(NIMBY·내 뒷마당엔 안 돼) 현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는 것은 일찍이 플라톤, 루소, 니체가 역설한 일탈(逸脫) 민주주의 또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의 폐단이다. 우리는 지난 시대에 민주화를 위해 '타는 목마름'으로 염원하고 싸우고, 당하고, 헌신했다. 그것은 분명 우리 현대사의 빛나는 성취요, 보람이요, 가치였다. 그런데 그 민주화라는 게 만약 '무엇 하나 순탄하게 추진할 수 없는' 난맥상으로 흐를 경우 그것 역시 민주화니까 좋은 것이라 해야 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는 가능의 체제라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불가능의 체제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정부의 주요 안보 시책이 전국적인 규모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는 근대 민주주의라기보다는 고대 읍락(邑落) 국가 양상의 되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플라톤이 말한 '철인(哲人) 정치', 루소가 말한 '일반 의지(개개인을 초월하는 집단 의지)', 니체가 말한 '초인(超人)'의 체제가 현실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견지하면서, 그러나 방만한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설득과 소통의 정치로 어떤 것은 수용하더라도 어떤 것은 단호히 배척하는 양면의 리더십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양면의 리더십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가? 그러지 못해 걱정이다.
우선, 사드 배치 결정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지역 유지들은 거의가 다 새누리당 사람이란 것만 봐도 그걸 실감할 수 있다. 사드 배치 예상지는 모두 경상도·충청도·경기도에 있다. 주로 새누리당 의원과 지자체장 지역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도대체 뭣하는 집단인가? 지도부와 대변인은 "사드 배치 적극 지지"라 하고, 해당 지역 의원과 지자체장은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니, 새누리당이 이러고도 영(令)이 제대로 선 '동질적 결사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쯤 되면 새누리당은 진작 해체하고 보수주의 정당, 자유주의 정당, 중도 우파 정당으로 분화하는 편이 나을 성싶다. 사드 배치 반대는 북한-중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한데, 어쩌자고 새누리당 의원-지자체장들이 그러고 있는가? 이건 정당다운 정당이 아니라 순 콩가루 집안이다. 정부는 물러서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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