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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용헌 살롱 [1059] 一析三極

modory 2016. 9. 26. 07:50

조선일보 : 2016.09.26

조용헌 살롱 [1059] 一析三極

고전(古典)이 왜 고전인가? 고전을 읽다 보면 한두 구절이라도 머리에 남는다. 머리에 남는 구절이 없으면 그것은 고전이 아니다. 일단 머리에 각인된 구절은 실생활에서 어느 형태로든 적용이 되기 마련이다. 그 한 구절이 삶의 혼란스러운 상황, 답이 없는 애매한 상황, 쓰라린 고통의 상황에서 도움을 준다.

 

우리 민족의 고전인 '천부경(天符經)'. '천부경'에서 얻은 구절은 '일석삼극(一析三極)'이다. '하나가 셋으로 갈라지다', 또는 '하나를 쪼개면 셋이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하나는 무엇인가? 하나는 붙이기 나름이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보면 '하나'는 박정희로 볼 수 있다. 박정희를 쪼개면 '3'이 나온다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은 박정희로부터 갈라져 나온 셈이다. 박정희가 없었으면 어떻게 김영삼이 나오고, 김대중이 나왔으며 김종필이 나왔겠는가. 박정희와 3김의 관계도 각기 색깔이 다르다. 검은색, 빨간색, 녹색이라고나 할까. 이 삼색이 섞이면서 한국의 정치 수준을 끌어올렸다. JP만 대통령이 못 되었지만 역할은 중요하였다. JP 때문에 삼김씨가 비빔밥처럼 비벼지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가 음이라면 경제는 양으로 보아야 한다. 권력이 음이고 돈이 양이다. 정치가 여자고 경제가 남자다. 정치는 국내 살림에 머물지만 경제는 해외 살림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 활동력에서 경제가 정치를 압도한다. 이런 맥락에서 3김씨가 '음삼극(陰三極)'이라면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은 '양삼극(陽三極)'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도 들여다보면 각기 색깔이 다르다. 비록 김우중이 망하기는 했지만 젊은이에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자신감을 준 공로가 있다.

 

한국의 지난 50년은 음삼극과 양삼극의 활성화였다는 시대 인식이 가능하다. 지금부터가 문제이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삼극만극(三極萬極)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회삼귀일(會三歸一)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 있다. 전자는 민족의 정체성이 해체되어 만 가지 극으로 분화되는 길이고, 후자는 하나로 다시 통합하는 길이 될 것이다. 회삼귀일의 길로 가고 싶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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