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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 2017-03-29 '초상집 상주' 최재혁 논설위원

modory 2017. 3. 29. 07:14

[조선일보 만물상 2017-03-29 '초상집 상주' 최재혁 논설위원

한국의 정치 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으면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진보·좌파는 역대 선거가 보수가 운동장 위쪽을 차지한 가운데 치러졌다고 불평해 왔다. 30% 훨씬 넘는 단단한 보수 유권자들이 그런 지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완전히 반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사태가 지축(地軸)을 뒤틀어 놓은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27TV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돼본들 초상집 상주 노릇밖에 더 하겠나"라고 했다. 본선에서 자유한국당을 뛰어넘는 범()보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였지만 '초상집 상주'란 비유가 눈길을 끌었다. 지금 보수가 처한 딱한 상황과 잘 들어맞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홍 지사는 '원조 저격수'라 불린다. 논리가 단순하고 표현이 거칠 때가 있지만 전략적인 데다 언제나 핵심을 찌른다. 얼마 전 홍 지사는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풀은 바람이 불면 눕지만 지금 검찰은 바람이 불기 전에 눕는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지금 검찰이 눈치 보는 것은 딱 한 명(문재인)일 것"이라고도 했다. 어제는 "교체할 정권이 없어졌는데 무슨 정권 교체냐"고 했다. 대선 판에 뛰어들면서는 '양박'(양아치 친박) 배제를 천명하기도 했다.

정치에서 '초상집'은 병가(兵家)의 상사(常事)와 같다. 2007년 대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결판나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폐족(廢族)'을 자처했다. 폐족이란 조상의 죄로 벼슬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 상황도 맞이했다. 그야말로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희정·이광재 등 친노 핵심들이 광역단체장으로 진출하면서 부활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한나라당이 초상집이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逆風) 앞에서 모두 초주검이 돼있었다. 그때 '초상집 상주'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을 살려냈다.

사실 상갓집 상주는 그렇게 초라한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그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상주에겐 슬픔을 이기고, 망자를 품격 있게 보내고, 남은 집안을 지탱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 반면 대접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을 '초상집 개'(상가지구·喪家之狗)라고 한다. 지금 보수 정치에 필요한 것은 '상가지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상주(대선 후보). 날은 저무는데 가야 할 길은 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8/20170328037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