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그는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했다. 안희정도 있었고 수행비서인 여택수도 동석했다. [조선일보 만물상] '미투'와 좌파입력 : 2018.03.07 03:17 2002년 말 대선 당시 개혁당 수련회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여성 당원들이 대책위를 만들고 가해자 이름을 공개하라는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요즘 TV 예능에 출연하는 유시민씨가 당시 당 지도부였다. 그는 이런 성폭력 대처 움직임을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다"며 비판했다. 더 큰 과제가 있는데 조그만 일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훗날 "발언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조개론'은 지금도 성차별 발언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이에 앞서 '운동사회(권) 성폭력 뿌리 뽑기 100인 위원회'란 단체가 대학 총학생회와 노조, 시민단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17건을 공개했다. '술자리에서 강제 키스하기' 같은 성추행부터 강간, 강간미수 같은 성범죄가 가해자 실명(實名)과 함께 드러났다. '100인 위원회'는 '극단적 부르주아 페미니스트' '프락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직 내부 성폭력은 발설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 좌파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여성학자 전희경씨는 "운동사회엔 성폭력을 묵인·은폐하는 독특한 논리와 체계가 작동해왔다"고 분석한다. 큰 뜻을 위해 성폭력 시비 같은 문제 제기는 참으라는 '대의론', 조직을 지키기 위해 덮자는 '조직 보위론', 반대 세력의 음해로 보는 '음모론'이다. '나 꼼수'출신 김어준씨가 "(미투 운동 타깃이) 결국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음모론'의 일환이다. ▶2008년 발생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정리한 '하늘을 덮다'엔 전희경씨가 얘기한 '운동권 사고(思考)'가 다시 나온다. 수배 중이던 민주노총 위원장을 조직 지시로 집에 숨겨준 전교조 조합원에게 민주노총 간부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항의하는 피해자를 지도부가 이렇게 달랬다고 한다. "전교조나 민주노총이 매우 어려운 시기다. 정부나 보수 언론이 이 사실을 알면 이를 빌미로 탄압하고 조직을 와해시키려고 할 것이다. 참아 달라." ▶성폭력은 좌파든 우파든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하지 만 '좌파 문단' 대표적 원로 시인부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와 인권위원회 간부, 386세대 운동권 정치인까지 줄줄이 성 추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보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좌파는 원래 여권(女權)을 더 중시한다고 내세운다. 앞에선 정의·평등·인권을 외치고 뒤에선 성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을 향해 '진보 마초'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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