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출정식에서.
▷동아일보 문화부 남원상 기자는 KBS 노조 출범식장에 갔다와서
이런 글을 썼다.
▷KBS 노조는 11일 오전 KBS 본관 로비에서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대 노조 취임식을 열었다.
노조는 연단에 ‘코드 박살’이라는 문구를 써 붙여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논란이 되어 온 ‘코드 방송’ ‘코드 인사’의 문제를
분명하게 제기했다.
▷이 자리에는 정 사장을 비롯해 김홍 부사장 등 임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 사장은 자리에 들어서면서 밝은 표정으로 노조 집행부와
악수하고 운동권 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그는 2003년 4월 노조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던 기억이 되살아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이 노래를 열창했다.
▷그러나 박승규 노조위원장이 취임사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KBS 구성원이 원치 않았던 사장을 청와대가
다시 보낸 것은 분명히 오늘 우리 KBS의 우울한 현실”이라며
“연말 대선도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시험하는 또 한번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종철 전임 위원장도 이임사에서 정 사장이 주장하는 개혁에 대해
“말뿐인 개혁이었다”며 “비판 의식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 취임 후 지속된 KBS의 편파 보도 논란과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정 사장의 표정은 굳어졌으며 식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이 같은 결과는 정 사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는 줄곧 ‘개혁’을
외쳤음에도 82%에 이르는 사원이 그의 연임을 반대했다.
연임 과정에서 KBS 이사 세 명이 사퇴했으며 새 노조는 선거 공약에서
‘반(反)정연주’를 내세웠다.
▷정 사장과 노조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지만, 그 대상인
‘임’은 서로 다르게 들렸다. 사장의 임과 사원들의 임이 어긋나면
불협화음만 빚어질 뿐이다. 시청자야말로 KBS의 진정한 임이라는 사실을
노조와 정 사장은 잘 알 것이다.
▷서로 다른 임을 두고 부르는 kbs 사장과 노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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