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뉴스모자이크

그노� 헌법의 종착역

modory 2008. 1. 22. 05:50
▶원문출처 : [조선데스크] ◀

◑"그놈의 헌법" 망언의 종착역◐

  • 2008년 1월 17일 헌법재판소는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정치적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뒤 한 재판관은 "나중에 헌법교과서에 실릴 만큼 중요한 결정문이니 찬찬히 읽어 보라"고 했다. 그는 "재판관 9명이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 심리하고 문장을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론은 "
    대통령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선거 중립 문제와 충돌할 때는 선거 중립이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이 결론에 이르는 헌재 결정문이 무려 91쪽이나 된다.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같은 어려운 법률적 논리 전개 때문에 작은 책 한 권 분량의 결정문을 읽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헌재 결정문 곳곳에 노 대통령이 청구해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된 '말씀'이 여과 없이 등장해 그나마 읽는 재미를 준다. 결정문 표현으로는 '청구인(노무현)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한국의 지도자가 무슨 독재자의 딸이니 뭐니 이렇게 해외신문에 나면 곤란하다, 이런 얘깁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게 좀 끔찍해요"(이상 작년 6월 2일 참평포럼 강연), "이명박씨 감세론에 절대로 속지 마세요", "제가 이명박씨 감세론, 그리 되면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완전히 골병듭니다라고 말했는데, 이것도 선거운동입니까? 자, 선거 중립을 안 지킨 겁니까?"(이상 작년 6월 8일 원광대 강연)

    바로 5년 전 2월 25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고 취임 선서를 한 대한민국 최초의 법률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렇게 헌법과 법률을 조롱하는 듯한 문제 발언 전후에는 "꿀리지 않고~" "제가 무슨 코미디언입니까? 왜 자꾸 웃어요?" "공직사회는 언론의 밥이 되고~" 등 대통령의 품격이 묻어나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그래도 나중에 이 결정문을 공부할 법학도들을 위한 배려 덕인지, "캬, 토론 한번 하고 싶은데 그놈의 헌법이 못하게 해요"라는 참평포럼 강연 대목은 결정문에서 생략해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다.

    이 결정문을 읽다 보면, 헌재가 전에 이미 노 대통령에게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고 선언한 적이 있는데 대통령은 왜 또다시 헌법소원까지 냈을까 의아해진다.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3일 노 대통령은 "국민이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가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결정을 받았다. 또 이것이 비화돼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이어졌다. 2004년 5월 14일 헌재는 이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 요청에 부합할 수 있도록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구속받는다"고 명시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이 당시 이런 결정을 받고도 작년 6월 21일 헌법소원을 낸 것은 그 사이 재판관 9명 전원이 바뀌었고, 그들에게 자신이 임명장을 주었기 때문에 다른 결론이 나오리라 기대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번에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재판관 9명이 모두 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았지만 무려 7명이 등을 돌렸다.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취지와 똑같이 '위헌' 의견을 낸 이는 사법시험 17회 친구인
    조대현 재판관과 민변 회장을 지낸 송두환 재판관뿐이다. 아마도 '그놈의 헌법' 발언으로 상징되는 노무현씨의 비뚤어진 헌법관(憲法觀)과 품격이 재판관들의 '배신'을 몰고 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조롱당한 헌법과 헌법 정신을 바로 세우도록 작동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