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미주알고주알

불륜 파는 방송- 조선일보에서

modory 2008. 1. 25. 10:38
●불륜’ 팔아먹는 TV●

"노래방 간다고 나왔어요. 애들은 신랑이 알아서 보겠죠", "고기도 먹는 사람이 먹는다고, 한 두 번 그러다 보면 죄책감도 사라져요", "세컨드(정부·情夫)가 아무리 못 나도 일단 새로운 인물이고, 내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을 잡아도 느낌이 달라요." 지난 23일 오전 KBS 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은 '위기의 주부들, 애인 만들기 백태' 란 주제로 실제 불륜 당사자의 모습과 목소리를 방송했다. 얼굴은 뿌옇게 처리했고 목소리는 변조했으나 카메라 앞에서 불륜 경험을 이야기한 주부가 6명이나 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같은 날 "KBS가 탈선 주부 얘기를 선정적으로 방송하던데 공영방송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지상파 TV가 '교양 프로그램'이라며 내놓는 흥미 위주 프로그램들의 선정성이 도를 넘고 있다. 드라마가 불륜을 소재로 삼는 것은 이미 절정에 달했지만, 이제는 다큐멘터리까지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또 많은 가정에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배경 화면'처럼 틀어놓는 바람에 어린이들까지 이런 내용에 노출된다는 것도 문제다. 생활 정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등급제에서 예외로 분류돼, 화면 오른쪽 상단에 나가는 시청 가능 연령 표시가 없다. 시청자들은 이를 '전체 관람가'로 인식한다.

▲ 지난 23일 방영된 KBS 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위기의 주부들, 애인 만들기 백태' 중 한 장면.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남녀 한 쌍이 취해서 비틀거리며 모텔로 들어가고 있다.
'세상의 아침' 제작진은 카메라를 숨기고 유부남·유부녀들이 즐겨 찾는다는 한 나이트클럽에 들어갔다. 손님으로 가장한 제작진은 즉석에서 만난 유부남·유부녀가 몸을 바싹 붙인 채 함께 춤추는 장면과, 술 취한 채 부둥켜 안은 남녀가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도 이날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 김일환 책임프로듀서는 "당선자께서 특정 화면만 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며 "주부의 탈선이 사회적 병리현상이며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는 25일 보도교양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심의키로 했다.


MBC TV '생방송 오늘 아침'은 작년 8월 '외박을 일삼는 폭군 남편' 편에서 아내를 때리는 남편과 이를 보다 못한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저녁 시간이라고 다를 바 없다. KBS 2TV 'VJ 특공대'는 지난달 7일 밤 9시55분 '야심을 잡아라, 웨이터의 세계' 편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모텔에까지 가는 남녀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줬다. 방송위는 'VJ 특공대'에 대해 "온 가족이 TV를 보는 시간에 부도덕한 내용을 흥미 위주의 화면과 인터뷰로 구성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재연 형식을 빌린 교양 프로도 종종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다. SBS TV '천인야화'는 작년 11월 30일 방송에서, 아파트 앞 동에 사는 부부를 엿보는데 빠진 주부의 모습을 방송했다. 그 과정에서,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와 윗옷을 벗고 여자를 소파에 눕혀 입맞추는 장면을 내보냈다.

선정성을 문제 삼아 방송위가 징계한 프로그램은 2005년 2건에서 2006년 6건, 2007년 5건으로 증가 추세다. 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 정승 부장은 "고발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불륜을 부추기는 듯한 내용이 있어 문제"라며 "그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박천일 교수는 "지상파 교양 프로그램들이 자극적인 센세이셔널리즘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어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공영방송인 KBS는 시청률 경쟁에서 벗어나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