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뉴스모자이크

kbs 정연주 사장 참으로 기막힌 사람이다.

modory 2008. 4. 28. 17:03

[조선일보 시론] 참 딱한 정연주 사장 - 수모 당하며 자리에 집착
'방송 독립' 위해 물러나야한다.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대표

◆지난 22일 정연주 KBS 사장 퇴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KBS에서는 본관·신관 할 것 없이 모든 출입구에서 KBS 노조원들이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절규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정 사장의 얼굴 인형을 쥐어박고 때리는 KBS 직원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자리에 집착하는 정 사장에 대해 인간적 연민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정녕 경영 능력을 객관적으로 심판받을 자신이 있다면 일단 사의를 표명하고 노조뿐 아니라 국민 앞에 재신임받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자세다. 이런 정 사장을 추천한 현 KBS 이사회도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공영방송 KBS는 국민이 낸 특별부담금인 수신료로 운영하는 '국민이 주인'인 방송이다. 현재 KBS 내의 KBS 노동조합과 공정방송노조는 1500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누적 적자를 낸 정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2003년 취임하고 난 직후인 2004년 정 사장의 첫 경영 성과는 638억원 적자로 KBS 사상 최악의 적자였다. 반면 2004년 MBC와 SBS는 각각 656억원과 359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니 일반 기업의 경영 책임자라면 그때 물러났어야 했다.

◆정연주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여권의 충직한 나팔수와 야권에 대한 총알받이 역할을 자처했다. 재임하는 동안 '적기가'와 '장군가'가 평양방송이 아닌 KBS의 전파를 버젓이 타는가 하면, 특정 시사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편파방송 시비에 휩싸였다. '송두율 교수 간첩사건' 때는 송 교수를 민주화 투사로 미화했으며,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군을 악마적 범죄자로 몰아붙이고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임기 내내 국민의 재정을 왜곡된 정보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버리는 데 쓰느라 경영 부실을 낳은 것이다.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자세를 잃어버린 행태는 최근의 편성정책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교육성 강한 역사 대하드라마 '대왕 세종'을 그나마 광고 없는 KBS 1TV에서 방영하다가 상업광고로 일관해온 KBS 2TV로 옮겨 적자 경영의 책임을 임시 모면하려 하고 있다. 개인의 경영 부실 책임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면피하려는 치졸한 행위로밖에 판단할 수 없다.

◆정 사장의 경영 무능력에 대한 또 하나 예는 '팀장제 추진'이다. 팀장제 인사는 결과적으로 KBS 내부 조직원의 위계 질서를 와해시켜 그나마 공영방송의 역군으로 임하고자 했던 전 구성원의 응집력을 무너뜨리고 말았다는 평이다. 팀장제 이후 수문장(守門將: gate-keeping) 기능이 실종되다시피 했다. 일반 사원으로 전락한 선배 기자 및 PD는 후배 팀장에 대한 관리가 불가능해져 부실한 기획 구성이 이뤄지고 그런 내용을 방송해 물의를 빚은 사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일어나기도 했다.

◆정연주 사장은 한 번도 아닌 연임을 하면서까지 노무현 정권에 충실했던 경영자였다. 그런 그가 올해 신년사에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정부 비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한 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새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다. 이미 많은 공기업의 수장들이 사표를 내고 떠났다. KBS 사장 자리를 정권 획득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고 코드 맞는 인사에 나눠주는 행태는 정 사장을 마지막으로 끝나야 한다. 그가 진정 방송의 독립을 원한다면 KBS 사장으로서의 부적절한 행동과 처신에 대해 반성하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남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