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글모음

이광두 형의 가을 정감

modory 2009. 9. 14. 18:34

  글 / 이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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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가을 앞에서

 
간밤에 한줄기 소나기가 여름을 두드리고 지나갔다. 그런 이후 이 새벽 소슬한 찬기운에 잠을 놓고 일어났다. 아무리 버둥되는 여름이지만 가는 것은 어김없는 섭리다. 노인의 여름은 겉치레 옷이 괴롭고 훌렁훌렁 벗어 즐겁다. 그래, 지금 덕지덕지 붙은 늙음의 껍질을 벗겨내고 산뜻한 가을을 맞이하자. 지천으로 깔린 이 가을꽃 한 줌 얹어서 말이다.

가는 가을 앞에서

 
그리 빨리 왔다가 그리 빨리 갈 것 같으면 오지나 말 것을 한 줄 눈물 뿌릴 여유도 없이 한숨 돌릴 시간도 없이 가뿐 숨소리만 차곡차곡 내려놓은 나무의 현란한 겉옷들 진저리 치는 모진 겨울앞에 발가벗겨 내던진 肉身을 둔 채 죄 놓고 가는 세월이 야속치만 모두 털어낸 마당 끝자락 저만치에 서서 묻어나는 젊음을 담으렵니다. 가는 가을 붙잡으며 안으로 안으로만 불러 모우는 나무가 남긴 지혜, 사랑, 사랑 한자락을 건지렵니다. 흔적없이 사라진 시린 세월, 한자락을 담으렵니다.

대학 캠퍼스안에 있는 스포츠 센타 
수영장에 20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운동마져 안했드라면
정말 어찌되었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운동을 마치고 나오면 습관처럼 
숲속 캠퍼스의 긴 벤취에 앉습니다.
재갈대며 오르내리는 그들의 음성들을 
듣노라면 참으로 아름다운 정감이 
와 닿는 기쁨.
주체하기 힘들 만큼 
왁자히 달려오는 젊음속에 
老스러움을 풀어놓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껏 보고 듣고 마실수 있는 젊음이 있기에 
나에게는 더 없이 고맙고, 
그래서 캠퍼스 정취가 더 없이 정겹습니다.
四季 모두가 !
날리는 낙엽위에 쌓이는 첫눈!
이 해의 문턱을 넘는 이시간에
여유롭게 나의 가슴에 
주어 담으렵니다.
뚝뚝 묻어나는
젊음, 젊음의 氣를!

PS 
참으로 서글퍼지는 노인의 가을 맞이에서 애 써
우울함을 감추려고 현란한 색상을 붙였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감추어질까?
이심전심 새겨 주셨으면 합니다 ! <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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