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시 모음

대춘부

modory 2010. 2. 3. 12:11

 ◆대춘부(待春賦-春詩)◆


어느 시인은 ‘고양이털에서 봄을 느낀다.’고 했다는데, 옛 시인은 봄을 
어찌 노래했을까?  
*전한(前漢)의 원제(元帝)때 궁녀 왕소군(王昭君)은 흉노(匈奴)에게 
시집가서 흉노의 아내가 되었다(BC33). 그 곳은 불모의 사막이어서 
봄이 되어도 피는 꽃이 없었다. 
<오랑캐 땅에는 꽃나무도 없어서/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구나!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우리나라 이조초기의 대 문장가 서거정(徐居正)은 그의 시 ‘봄날’
(春日)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어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작은 연못에 새로운 빗물, 이끼 빛 보다 푸르구나./ 
봄의 근심과 흥취 어느 것이 더 짙고 옅을까/ 
아직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는데
金入垂楊玉謝梅 小池新水碧於苔 
春愁春興誰深淺 燕子不來花未開 
아직도 제비 돌아오지 않았고 봄꽃도 열리지 않았지만, 
벌써 버들가지는 황금빛 싹을 트려하고 매화가지의 옥빛 꽃도 저버렸다. 
지는 매화꽃 바라보면 근심 어리고 피어날 버들 싹을 생각하면 
흥취가 일지만, 어느 쪽이 깊고 낮은지는 모르겠다. 
다만 봄 재촉하는 빗물 호수에 떨어질 때 
그 싱그러움이 이끼 빛 보다 진하구나.
*당(唐)의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은 ‘봄의 원망’(春怨)이란 시에서 
<황금 굴레 갖춘 백마 타고 임은 요동 가버려서/ 
비단 휘장 수놓은 이불에 봄바람이 눕는다./ 
처마 아래 지는 달은 꺼져가는 촛불 엿보는데/ 
꽃잎은 방안에 날아들어 빈 잠자리 비웃는다.
白馬金羈遼海東 羅帷繡被臥春風 落月低軒窺燭盡 飛花入戶笑床空
임은 화려하게 꾸민 말 타고 요동으로 떠나서, 
비단이불엔 임 대신 봄바람이 눕는다. 
처마 밑으로 지는 달이 꺼져가는 촛불을 엿보는데, 
떨어지는 꽃잎은 임 없는 빈자리를 비웃는 듯. 
임 떠난 봄에는 따스한 봄바람과 밝은 달, 
그리고 꽃잎마저 모두 원망스러우니, 
봄이 아름답다 해도 정든 임 옆에 없으면 모두 원망스러운 것.
*시성(詩聖) 두자미(杜子美)는 ‘밤에 내리는 봄비를 즐거워’
(春夜喜雨)하여 아래와 같은 시를 읊었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려서/ 
봄이면 초목이 싹트고 자란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내려/ 
가늘게 소리도 없이 만물을 적신다./ 
들길과 하늘의 구름 모두 어두운데/ 
강가 낚싯배에 불빛 반짝반짝/ 
이른 아침 붉게 젖은 땅을 보니/ 
금관성엔 꽃 활짝 피었으리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봄비는 참으로 좋은 비여서 때맞추어 내리면, 
봄을 맞이한 초목들이 다투어 자란다. 
바람 따라 한 밤중 살며시 내리며, 
보슬비 소리도 없이 촉촉이 내린다. 
들판 길 밤하늘 다 어두운데, 
낚싯배 등불하나 반짝인다. 
이른 아침 붉은 빛으로 젖은 땅을 바라보니, 
아마도 금관성(錦官城)엔 봄꽃 흐드러지게 피었겠네.
*해동(海東)의 스승 퇴계(退溪) 李滉(이황) 선생은 
‘한가한 봄날’(春日閑居)이란 시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산마다 피는 꽃은 말릴 수 없고/ 
여기 저기 자라는 길가의 풀들 더욱 어여쁘다./ 
온다고 약속한 사람 오지 않으니/ 
이 녹음 아래 놓인 술 항아리는 어찌하나
不禁山有亂 還憐徑草多 佳人期不至 奈此綠樽何
산마다 저 스스로 피는 꽃을 누가 말리나? 
길가에 잡초들 무성도 하구나! 
온다던 벗은 무슨 까닭인지 오지 않네, 
녹음아래 준비둔 술병을 어찌하나?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은 ‘봄의 감흥’(春興)에서
<봄비 가늘어 물방울도 안 맺더니/ 
밤 깊어서 작은 빗소리 들려라/ 
눈 녹아 남쪽 개울에 물 불어날 것/ 
싹들은 얼마나 돋아났을까?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多少草芽生
안개처럼 내리는 봄비 물방울도 맺지 않더니, 
밤에는 소리 내며 내렸네, 
저 비에 골짜기 눈 다 녹아서 남쪽 시냇물 범람할걸, 
비 그치면 풀들은 얼마나 돋아나려나?
*당(唐)의 산수시인(山水詩人) 맹호연(孟浩然)은 
그의 ‘봄날 새벽’(春曉)이란 시에서
<노곤한 봄잠에 날 새는 줄 몰랐더니/ 
가는 곳마다 새우는 소리다./ 
간밤엔 비바람 소리 들렸는데/ 
얼마나 꽃잎이 떨어졌을까?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춘곤에 못 이겨 늦잠을 잤는데, 
요란한 새소리에 잠을 깨었네. 
지난밤에 빗소리 들렸었는데, 
꽃잎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 맞이한 봄에 ‘봄을 바라본다’(春望) 는 시를 지었다.
<나라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여서/ 
봄 맞은 성안에 풀이 무성하다./ 
시대를 슬퍼하는지 꽃도 눈물 흘리고/ 
한 맺힌 이별에 새도 놀라네./ 
봉화불은 석 달이나 계속 오르고/ 
집에서 온 편지 너무나 소중하다./ 
흰 머리를 긁으니 자꾸 짧아져/ 
아무리 애써도 비녀 못 꼽겠네.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淺淚 恨別鳥驚心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나라는 망해 없어졌어도 산과 강물은 그대로 있어서, 
성안에 찾아온 봄에 풀들은 무성하다. 
시절을 슬퍼하는지 꽃도 눈물을 흘리는가? 
한 맺힌 이별에 새들도 놀래서 운다. 
석 달 동안 난을 알리는 봉홧불은 꺼지지 않는데, 
집 소식 전하는 편지 만금의 값어치다. 
희어진 머리는 긁어서 점점 짧아져서, 
애써서 비녀 꼽으려 해도 이룰 수 없구나.
*이조초의 양촌(陽村) 권근(權近)선생은 
‘봄날 성 남쪽에서의 일’(春日城南卽事)에서 이래와 같이 노래했다.
<봄바람 그치니 청명이 가까워지고/ 
가랑비 내리더니 오후에 날이 개었다./ 
집 모퉁이 살구나무 꽃을 피우려고/ 
가지 몇 개 이슬 머금고 사람 향하여 반긴다.
春風忽已近淸明 細雨霏霏成晩晴 
屋角杏花開欲遍 數枝含露向人情
봄바람 그치더니 청명이 가까웠는데, 
봄비 부슬부슬 내리더니 오후엔 비도 그쳤다. 
집 모퉁이에 서 있는 살구나무 흐드러지게 꽃이 피려고, 
몇 개의 가지마다 이슬방울 매달고 보는 사람을 반긴다.
*고려(高麗)의 문신(文臣) 조운흘(趙云仡)은 귀양살이에서 봄을 맞이하고, 
친구를 떠나보내며, ‘봄날에 친구를 전송하며’(送春日別人)를 읊었다.
<쫓겨난 신하가 상심하여 눈물 뿌리며 지내는데/ 
봄을 보내면서, 돌아가는 친구도 보낸다./ 
봄바람아 잘 가거라. 미련 두지 말고/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를 배운단다.
謫宦傷心涕淚揮 送春兼復送人歸 
春風好去無留意 久存人間學是非)
귀양 온 몸 상심하여 눈물만 뿌리며 사는데, 
가는 봄에 친구마저 전별하는구나. 
봄바람아 잘 가라 머뭇거리지 말고,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를 배우게 된단다.
*당(唐)나라의 시인 가지(賈至)는 ‘봄의 생각‘(春思)이란 
시에서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
<풀빛은 푸르며 버들잎은 노랗고/ 
복사꽃 요란하고 자두 꽃 향기로워/ 
봄바람 불어도 시름은 불어내지 못하니/ 
봄날은 오히려 마음 속 한을 기르는가?
草色靑靑柳色黃 桃花歷亂李花香 
東風不爲吹愁去 春日偏能惹恨長
푸른 풀 노란 버들, 흐드러진 복숭아꽃 향기로운 자두 꽃 피는 봄, 
봄바람 따듯해도 시름은 나르지 못하니, 
봄날이란 마음의 한을 길러주는 것인가?
위의 시들을 보면, 봄이 아름답고 온화한 계절이지만, 
봄을 완상하는 사람에 따라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을, 
그러므로 계절의 아름다움이 사람마음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것 아니고, 
사람마음이 오히려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마음에 수심이 깃들면 아름다움이 근심을 몰아 갈 수 없으니, 
먼저 마음을 기쁘게 다스리면 계절의 아름다움이 따로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