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5
"조선일보에서는
민노총 변화 바람 불까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을
보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열린 '2010 투쟁방침 발표 기자회견'. 김영훈(42) 민노총 위원장은 말끔한 재킷 차림으로
나타났다. 붉은 머리띠나 투쟁복(민노총 로고가 새겨진 점퍼나 조끼)을 하고 공식 석상에 나오곤 했던 전임 위원장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투쟁복을 착용했다고 투쟁력이나 설득력이 생기진 않는다"며 "대신 민주노총 배지를 늘 달고다닌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한국노사관계학회 간담회에서도 "민주노총은 그간 쟁의국 차원의 집회와 행사에 치우침으로써 내셔널센터(노조총연합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며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개입하기보다 우선순위에 따른 사회적 의제 선점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최영기 노사관계학회장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을 한답시고 연중 몇 차례 열리는 대의원 대회를 1년에 한 차례로 줄이겠다"고도
했다.
역대 민노총 위원장들도 취임 초기엔 온건노선을 천명했다가 조직 내부 요구로 다시 강경투쟁으로 '유턴'한 경우가 많았다. 이석행 전 위원장은 취임 초인 2007년 3월 "국내 5대 재벌 회장과도 만나 대화하길 원한다"고 말했지만,
2008년 '쇠고기 총파업' 땐 강경투쟁을 주도했다.
-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은 4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2010년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투쟁복 대신 재킷 차림으로 나섰다. 임성규 전 위원장(오른쪽 위)이나 이수호 전 위원장(오른쪽 아래) 등의 역대 민노총
위원장들은 공개석상에 붉은 머리띠나 삭발을 하고 나타나곤 했었다./뉴시스·조선DB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철도노조 출신으로, 민노총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이 40대 초반의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최영기 노사관계학회장은 "김 위원장은 민노총식 투쟁노선이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가는 시기에 노동운동을 시작한 세대"라며 "새로운
감각으로 과거의 투쟁적 관성을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둘째, 민노총 내부의 조직적 위기가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해 KT·쌍용차 등 조직의 근간을 이루던 대형노조들이 탈퇴했고, 현대차 등 핵심노조들조차 금속노조에 비판적인 온건파 위원장이
당선되는 등 1995년 창설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셋째, 외부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현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은 민노총이 과거와 같은 강경투쟁을 고집할 수 없게 만들고 있고, 국민여론도 강성투쟁에 호의적이지 않다. 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폭력적 이미지 때문에 국민들 기대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광고도 하고 '보호자 없는 병원' 정책을
제안하는 등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난 1월 노동법 개정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전임자 임금이
금지되면서 노동운동의 생태계가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실제 민노총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노총 내부에는 수많은 파벌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위원장의 지도력에 반기를 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산별노조들이 강경투쟁을 요구할 경우, 위원장 혼자서 버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도 투쟁노선 자체의
변화보다는 이미지의 변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평화와 평등, 연대를 중시하는 세상을 만들고 좀 더 낮고 친근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민주노총이 될 것"이라면서도 "반노동적인 현 정부에 맞서는 투쟁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맞서 20개국 노동단체 대표들이 모이는 'L(labor·노동)20'을 개최하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서울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미지 변신' 노력조차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민노총 관계자는 "신임 위원장이 의지와
패기를 갖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며 "조직 내 정파 갈등 등으로 인해 위원장의 리더십이 먹혀들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조라는
단체의 말을 믿을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해체만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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