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뽀뽀 공격을 해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해요. 특히 팔자 주름이 있는 부위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SBS ’스타 부부쇼
자기야’)
“남편이 후배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이 계산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서질 않는다며 한 달 동안 유흥비로 400만 원이
넘게 썼어요. 결국 카드를 잘라 버렸죠.”(MBC 드라마넷 ’부엉이’)
토크쇼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TV에서 방송되는 연예인
부부의 사생활 폭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조심스러워야 할 부부의 사생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남편에게 새벽
4시에 전화하는 여성이 있다, 남편의 손가락을 자신의 콧구멍에 꽂아 남편에게 기를 넣어준다, 설거지 중에 남편이 다가와서 바지를 내린다, 만난
지 3일 만에 키스했다 등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부터 은밀한 침실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폭로한다. 심지어 어떤 프로그램은 한 연예인 부부의
부인이 가슴 성형수술을 받는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프로그램이 생산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누리꾼의 눈길을 잡으려는 인터넷
언론을 통해 다시 한번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퍼진다.
작년 12월 SBS E!TV는 ’탤런트 P씨 부부, 은밀한 샤워 장면 방송서
노출되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무뎌지는 부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욕조에 들어가 커플 스파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 자료를 인터넷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이날 하루 같은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에 58건이나 ’도배’되며 확대
재생산됐다. 이쯤 되면 사(私)생활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공중(公衆)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시청자와 누리꾼은
연예인 부부의 사생활까지 알아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연기나 음악 등 대중 예술에 대한 연예인의 고민이나 노력보다는 연예인 부부의 자극적인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TV가 시청률 경쟁 때문에 연예인 부부에게 더 은밀하고 더 충격적인
사생활을 공개하도록 부추긴다는 비난도 있다.
’스타 부부쇼 자기야’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갈수록 최악의 프로가 돼가는군요”(ID
’imgreen00’), “이렇게 한심한 프로로 전락하다니”(ID ’concip00’)라는 글이 올라왔다. ’커플 스파’ 기사에는 “갈수록
가관이군. 할말 없음”(ID ’com2***’), “난 뭘 기대하고 들어왔는가? 끙∼”(ID ’유진태’)이라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렸다.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는 “대중 예술인의 예술 활동보다는 자극적인 사생활에 포커스를 맞추는 미디어 환경에 사생활을
공개해서라도 대중에게 인지도와 주목도를 높이고 싶어하는 연예인까지 더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탁
교수는 “이를 정화할 수 있는 것은 연예인 부부의 은밀한 침실 이야기가 과연 내게 진정한 즐거움을 주는지 스스로 되돌아 보는 시청자의 냉철한
시각이다. 시청자가 외면하면 미디어도 자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