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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여름을 짜증나게 하는 인물들

modory 2011. 8. 2. 07:12

2011년 8월 1일자 동아일보 황호택 칼럼과 송평인의 횡설수설

2011-08-01일자 동아일보 황호택 칼럼과 동아일보 횡설수설/송평인 ;박경신 위원의 논점 흐리기에 난 두 인물은 더운 여름날을 더 짜증스럽게 만든다.

김진숙쌰는 ‘전태일의 제자’ 라는 것이다 김진숙은 누구인가? 칼럼에 따르면 .....
김진숙 씨가 35m 높이의 고공에 떠있는 크레인의 한 평 공간에서 7개월 가까이 농성 중이다. 불볕으로 달궈진 쇠방에서 장기간 버티는 독한 투쟁을 지켜보며 그가 살아온 이력이 궁금했다. 희망버스 시작 후 어떤 출판사가 급하게 펴낸 ‘소금꽃 나무’에 따르면 그는 우리 사회의 밑바닥 일자리를 전전했다. 와이셔츠 공장, 아이스크림 장사, 우유 배달, 가방 공장, 버스 차장 등을 거쳐 1981년 7월 스물두 살에 취업한 곳이 대한조선공사였다.

1980년대 초 운동권 학생들이 위장 취업해 공장 근로자들에게 의식화교육을 하던 시기였다. 그는 근로야학에서 ‘어느 청년노동자의 죽음: 전태일평전’을 읽고 가슴에 큰 산 하나가 들어앉은 것 같은 영향을 받았다. 야학 이후 삶이 달라졌다. 그는 노조 대의원으로 당선돼 어용노조에 항의하다 1986년 해고됐다. 이후 제3자 개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전태일이 서울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불길에 몸을 던진 것은 41년 전인 1970년 11월이었다. 김진숙의 투쟁방식은 전태일로부터 배운 듯하지만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전태일이 짧은 순간에 충격적인 죽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김진숙은 태양열로 충전하는 휴대전화와 트위터로 바깥사회와 소통하며 극한의 조건 속에서 장기간 살아남기로 투쟁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이병철 정주영의 功도 알아야

한진그룹이 대한조선을 1989년 5월 인수했으니 법적으로 따지면 김 씨는 한진중공업 노조원이 아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사용자 측과 합의해 파업을 끝내고 작업을 재개했다. 용지가 협소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필리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영도조선소의 일자리가 살아남으려면 회사가 국내외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계속 수주하고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도리밖에 없다. 노사가 끝까지 전쟁을 벌여 영도조선소가 엎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김 씨는 크레인에서 내려와야 한다.

근로환경 개선이나 근로자의 삶의 질 높이기도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태일의 시대에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낮은 처우에 시달렸다. 농촌에서는 보리가 패기 전에 배를 곯는 보릿고개라는 것도 있었다. 김 씨가 존경하는 노동계의 전설적 영웅 전태일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조영래가 쓴 ‘전태일 평전’은 비범하면서도 인간적이었던 청년의 짧은 생애를 충실하게 기록해놓고 있다. 다만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이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 가난과 굶주림을 극복하기까지에는 이병철 정주영 같은 기업인의 공(功)도 컸음을 알아야 한다.

조남호 회장에게도 할 말이 있다. 영도조선소 노사분규는 노조원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로부터 시작됐다. 적자 나는 기업에서 정리해고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9·11테러 이후 다른 대형 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단 한 명도 감축하지 않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허브 켈러허는 “여러 차례 구조조정의 유혹이 있었지만 그것은 근시안적 해결이다. 회사가 직원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단기간에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 상처 주는 일을 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이 2007년 12월 완공한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는 231만 m²의 용지를 50년간 월 임차료 1000만 원에 사용한다. 필리핀 근로자 2만 명이 이 조선소에서 일한다. 노동집약산업인 조선산업을 국내에서 꾸려가자면 고임금에 따른 어려움이 있고, 각종 토지 규제로 대규모 용지 확보가 어렵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블록 공장도 중국으로 옮기지 않고 군산에 조선소를 건조했다. 영도조선소 근로자들은 회사가 일감을 수비크 조선소로 몰아줘 영도조선소를 고사시키려 한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이 영도조선소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근로자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줬더라면 분규가 그렇게 오래 끌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로자·주민 사랑받는 기업으로

신발회사 뉴발란스는 미국 공장 1400명 근로자들이 회사 총생산의 30%를 만들어낸다. 경쟁사들이 고임금을 피해 모두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시기에 기술, 자동화, 업무 디자인, 인센티브 개선을 통해 고임금을 견뎌냈다(워튼스쿨경제경영 총서 ‘사랑 받는 기업들’).

조 회장은 어려운 일만 생기면 해외로 나가지 말고, 영도조선소에 가서 근로자들과 목소리를 합쳐 김 씨에게 “우리 회사에서 나가라”고 호통을 쳐야 한다. 근로자와 지역사회 주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라야 과격한 노동운동 세력이 발붙이지 못한다.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

●[동아일보 횡설수설/송평인]박경신 위원의 논점 흐리기 ●

남성 성기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고려대 교수)이 이번에는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가 여성 성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세상의 근원’을 올리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박 위원이 비판받는 것은 방통심의위원 9명 가운데 박 위원을 제외한 8명이 음란물 판정을 내리고 삭제 조치를 취한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행동 탓이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교묘히 논점을 흐리고 있다.

▷‘레드 헤링(red herring)’이란 말에는 ‘훈제 청어’란 뜻 외에 ‘사람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훈제 청어는 냄새가 독하다. 사냥감을 쫓던 개가 그 냄새를 맡으면 혼란을 일으켜 사냥감을 놓치기 쉬워 도망자들이 갖고 다니던 생선이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레드 헤링은 논리학에서 엉뚱한 데로 사람의 관심을 돌려 논점을 흐리는 것을 지칭한다.

▷레드 헤링에는 다양한 수법이 있다. 인신공격이 그중 하나다. 가령 기독교 교리가 논점인데 갑자기 목사의 비윤리적 행동을 거론하며 기독교 교리를 부정하는 경우다. 박 위원은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스스로 밝힌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민주당이 방통심의위원에 추천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그렇다고 성기 사진 논란을 놓고 그의 이런 경력을 꺼내 비판한다면 그것은 인신공격성 레드 헤링에 해당한다. 미국 국적자가 한국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권리가 있는지는 별론(別論)에 속한다.

▷너무 광범위해 논의해봐야 쉽게 결론이 나기 힘든 논점으로 바꿔치기하는 ‘허수아비(straw man) 공격의 오류’도 레드 헤링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맥주에 대한 법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중독성 물질에 대한 무제한적 접근을 허용하는 사회는 망한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박 위원 문제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위원회에서 자신이 반대했던 사안이라도 다수 결정이 내려지면 승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다. 방통심의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하면 일단 위원직부터 그만두고 내려와 논쟁을 시작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출처 : 방비워(방송비평워크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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