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노력 없이 복제 열중… 단기간 성과만 내려고 해
"시청자 식상함 느끼고 장르 전체가 파괴될 수도"
"굳이 설명할 필요 있나요. 무한도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그 프로 그대로 베껴온 거구나. 그래서 명목상 노홍철을 여기에 앉혀 놓은 거구나 하실걸요."(노홍철)
"전문용어로
'접붙인' 거죠."(김용만)
2012.8. 19일 첫 방송 된 MBC 예능 '승부의 신'은 출연자들의 이 같은 대화로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이 같은 방송사의 토요일 인기 예능프로 '무한도전'을 베꼈음을 대놓고 인정하는 것으로 문을 연 셈이다. '승부의 신'은 스포츠·연예 등
여러 분야의 라이벌들이 병뚜껑 따기, 쌍절곤으로 촛불 끄기 등 10번의 승부를 펼쳐 승자를 가리는 내용으로 올 초 '무한도전'에서 내보내 인기를
끈 '하하 vs 홍철' 편의 포맷을 가져와 정규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것. 방송사 측은 "무한도전의 스핀오프(기존 프로그램의 설정에 근거해 새로
만들어낸 것)"라고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이 이미 내보낸 제작물을 스스로 베낀 '복제품'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 베끼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자 '안이하고 무성의한 제작 태도'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베끼기가
심해지면서 화면만 봐서는 프로그램 이름을 맞추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윗줄은 도시락 선택을 기다리는 러브버라이어티‘짝’(왼쪽)과 사냥 데이트
선택을 기다리는‘정글러브’, 아랫줄은 각각 캔 뚜껑 따기와 병뚜껑 따기 대결을 펼치는‘무한도전’(왼쪽)과‘승부의 신’. /SBS·MBC 제공,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