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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에서 - 강호동의 추락

modory 2013. 2. 8. 09:19

강호동 초라한 성적표…‘10년 아성’ 저무나

강호동 초라한 성적표…‘10년 아성’ 저무나

동아일보에서 2013-02-07

돌아온 강호동, 야심작 ‘달빛프린스’마저 4%대 시청률 ‘최악’

강호동이 MC를 맡은 KBS ‘달빛 프린스’. 5%도 안 되는 시청률 탓에 ‘강호동이 한물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KBS 제공

 

“성적표가 초라합니다….”

5일 방영된 KBS 토크쇼 ‘달빛 프린스’에서 MC 강호동(43)이 자조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이날 ‘달빛 프린스’의 시청률은 4.2%였다. 강호동은 “도끼로 바늘을 만든다는 정성으로 하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강호동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도끼’가 아닌 ‘독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이 없으면 한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예능황제 강호동의 추락


강호동이 누구인가. 천하장사를 뒤로하고 1993년 연예계 데뷔한 그는 ‘야심만만’ ‘X맨’ ‘1박2일’ 등 MC를 맡은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나온 예능 프로는 대부분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강호동은 약 10년간 ‘예능황제’로 군림했다. 2011년 9월 탈세 혐의로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했지만 지난해 8월 복귀하자 방송가에서는 “다시 강호동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강호동의 말처럼 성적표는 참담하다.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의 시청률은 6∼7%다. 2011년 강호동이 하차하기 전 평균시청률은 14%, 최고시청률은 22%였다. 강호동조차 지난달 31일 방송된 ‘무릎팍 도사’ 진행 도중 “요즘 어딜 가나 나에게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한다. 용기를 드려야 하는데 받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도 시청률이 10%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부진을 만회하고자 야심 차게 선보인 ‘달빛 프린스’의 시청률은 최악이다. 1회(1월 22일)가 5.7%, 2회(1월 29일) 4.7%, 3회(2월 5일) 4.2%를 기록하자 “강호동이 한물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방송사 관계자는 “강호동급 거물이 나오는데 시청률이 5%도 안 되면 그 프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무엇이 문제?


낮은 시청률이 모두 강호동 탓만은 아니다. PD의 연출력, 경쟁 프로 같은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동이 편당 1000만 원 내외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점, 메인MC의 활약을 시청률로 환산하는 방송가 문화로 봤을 때 ‘강호동=시청률 보장’ 공식은 분명 깨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우선 강호동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 “김빠진 콜라 같다”는 혹평도 나온다. 시청자 연원규 씨(26)는 “예전 강호동은 핵심을 찌르는 ‘돌직구’ 이미지였는데 이게 약해졌다”고 말했다. 호랑이 같던 야성이 사라졌다는 것. 이런 평가를 의식해 때론 ‘오버’하다 보니 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요즘 TV 속 강호동은 게스트를 배려하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본인은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던데 본래 장점이 사라지면 존재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난해 8월 거물급 대접을 받으며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SM C&C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해석도 돌았다.

반면 강호동의 추락은 방송 트렌드가 바뀐 환경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국남 문화평론가는 “예능프로 전반이 침체되면서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식 예능, 뻔한 MC, 연예인들의 진부한 잡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 관계자도 “강호동과 투톱을 이뤄온 유재석의 ‘놀러와’(MBC)조차 시청률 저조로 폐지됐다”며 “특정 MC의 힘에 기대기보다는 교양과 예능을 섞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강호동이 부활하려면 △기존 프로를 과감히 포기하고 △실내가 아니라 실외촬영 방송아이템을 선택하고 △진화된 예능감각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