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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사들의 밥그릇 싸움

modory 2015. 10. 20. 07:42

[태평로] 의사·한의사들의 20X레이 싸움/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 2015.10.20.

 

기사를 검색해 보니 문제의 시작은 20년 전쯤이었다. 1995년 의사협회가 "일부 한의원에서 엑스레이·CT(컴퓨터 단층촬영)까지 놓고 진료하고 있다"며 정부에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단속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문제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아니, 중국 중의과학원 투유유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소식 이후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문제를 놓고 싸울 정도로 악화돼 있다.

 

수상 소식 직후 한의사협회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발견한 연구 성과는 중의학(中醫學) 덕분이었다""중국은 중의사들이 엑스레이·초음파 등 현대 의료기기를 자유로이 사용하며 중의학을 과학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한의학 과학화, 현대화의 가장 기본"이라며 한의협 내에 의료기기 교육센터를 설치해 회원들에게 의료기기 사용법을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의사협회는 "투 교수가 전통의학 약초를 재료로 쓰긴 했지만, 이를 말라리아 치료제로 완성한 것은 현대의학과 약학"이라며 "투 교수의 연구는 엑스레이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또 "아무리 자동차에 대해 공부해도 운전면허 없이 운전하면 범죄이듯 한의사는 아무리 공부해도 현대 의료기기를 쓸 수 없다""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쟁은 계기만 달라졌을 뿐 논리와 수준에서 2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양 단체는 이 갈등을 직역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지 말라며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우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 환자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면 그 이익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고, 의사들은 "인체를 보는 근본 원리가 다른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오진 등 환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두 단체 사이에서 공익을 대표해 갈등을 조정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지난달에야 두 단체와 의학회·한의학회 등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긴 했다. 그러나 양쪽 눈치를 보며 "당사자 간 의견 조율이 중요하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의사와 한의사들이 치열한 소송전을 벌여 부분적인 결론만 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안압측정기 등 5가지는 한의사가 사용 가능", 대법원이 "의사가 침술을 이용한 IMS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결정하는 식이다.

 

지난해 말 규제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회의에서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규제개혁 추진 과제의 하나로 발표한 이후 양쪽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제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서 조금이라도 불리해질 기미라도 보이면 협회장이 단식에 나서야 할 정도로 이 문제는 양쪽의 자존심 문제로 치달아 있다.

 

국내 최장기 미해결 국책사업이라던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도 200519년 만에 해결됐다. 의사·한의사 집단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곳이다. 국민의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조정 방안을 찾기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20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의 양의사나 한의사 아니 의학과 과학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은 2015년 노벨상 수상자 중에 중국 중의과학원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에서 추출한 약으로 말라리아 약을 개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알까? 모를까? 언제 이런 소식을 남의 이야기로 넘기거나 국내 관련자들은 밥그릇 싸움만 할 것인가? 대한민국 어둡다. 캄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