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방송

방송 프로그램으로 자기네 사장 두둔하는 kbs

modory 2008. 1. 14. 10:22

<<2008년 1월 14일자 동아일보에서>>

◐KBS미디어 포커스-사장 여러차례 권력 비판 언급 두둔

 

KBS가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를 통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거취가 주목되는 정연주 사장을 두둔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KBS 1TV ‘미디어 포커스’는 12일 방송에서 동아일보 3일자 A1면 ‘정권 말 버티기’ 기사에 대해 “동아일보는 정 사장이 취임사나 신년사에서 권력 비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정 사장을 비난했다”며 “하지만 정 사장은 2006년 취임식과 창립기념일, 기자간담회 등에서 KBS가 모든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이 2003년 4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의 취임사와 다섯 차례의 신년사에서 권력을 직접 겨냥한 비판을 강조한 것은 처음으로, KBS의 주장은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특히 오만한 권력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그동안 취임사와 신년사에서 ‘비판’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미국에 대해 비판할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2003년 취임사) “(KBS 내에서) 여러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2006년 취임사)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나머지 한 차례는 2006년 취임사에서 “독립된 언론사로서 사회적 비판 기능을 다함으로써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원론만 말했을 뿐이다. ‘미디어 포커스’는 이 대목을 화면에 부각시키며 정 사장의 ‘권력 비판 언급 사례’로 내세웠다.

 ‘미디어 포커스’는 정 사장이 창립기념일 축사에서도 권력 비판을 말했다고 전했으나 해당 대목은 “강자의 권력을 감시하고”(2004년) “권력을 감시하고 지켜보는 비판적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2007년) 등 원론을 한 문장으로 언급한 것으로, 2006년 취임사와 비슷한 맥락이다. 정 사장은 기자간담회(2004년)에서도 “사회적 강자의 권력 남용을 감시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KBS의 한 간부는 “정 사장은 그동안 창립기념일 축사에서 두어 차례 언론사의 모범답안을 간단히 언급했다”며 “올해처럼 권력을 겨냥한 비판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말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취임사와 신년사에서 ‘권력’이라는 말을 올해 신년사(8회)를 포함해 모두 21회 사용했다. 이 중 첫 취임사(7회)와 올해 신년사에서 모두 15회 썼으므로 나머지 신년사에서는 권력이라는 말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셈이다.

 ‘미디어 포커스’는 이날 “사장 개개인의 공과를 떠나서 정권이 바뀌면 KBS 사장도 교체돼야 한다는 단순 논리는 부적절하다. 이는 KBS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 재임 시 KBS가 끊임없이 편파 방송 논란에 휩싸여 왔는데도, 이 프로그램은 정 사장이 취임 이후 꾸준히 ‘권력 비판’을 강조해 왔다며 ‘KBS 독립성=정 사장 임기 채우기’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 ‘미디어 포커스’를 본 한 언론학자는 “KBS가 방송에서 부각시킨 정 사장의 2006년 연임 취임사는 올해 신년사처럼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을 강조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불공정 방송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정 사장이 ‘바위처럼 견디겠다’며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3일 성명을 내고 “‘미디어 포커스’가 친()권력 행보를 해 온 정 사장을 엄호한 것은 시대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며 “정 사장이 방송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을 주장해왔다는 방송의 내용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너무 많은 잘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