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뉴스모자이크

작은 정부 싫다는 예비 야당 국민이 심판하자

modory 2008. 2. 19. 10:36

◆ '작은정부'를 만들자는데 물고 늘어지는 예비 야당-국민이 심판하자◆

 -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

정부조직 개편안이 결국은 4월 총선의 국민적 선택에 맡겨진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 이제 와서야 그렇게 된 것이다. '큰 정부'를 이념적인 기둥으로 삼는 올드 레프트와, '작은 정부'를 존재의 이유로 삼는 '뉴 라이트' 사이의 밀가루 반죽식(式) 타협이란 '비 오는 낙동강에 저녁노을' 어쩌고 하는 노래 가락만큼이나 웃기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국가통제, 세금만능, 인위적 평등화를 먹고 사는 구식 좌파와 시장확대, 민간자율, 창의적 경쟁을 먹고 사는 신(新)우파 사이에는, 적어도 지금의 시점에서는 죽도 밥도 아닌 밀실타협보다는, 국민적 지지를 누가 끌어오느냐의 일대 정치적 결전(決戰)이 훨씬 더 진지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어차피 잘되었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한 번 한 판 세게 붙어 보는 것이다.

우선 정부조직을 지금 그대로 두자고 할 양이면
예비야당은 납세자들을 향해 그 '큰 정부'에 드는 예산에 대해 책임지는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합네' 하며 평생 이렇다 할 본업을 가져 본 적도 없이, 그래서 금쪽같은 세금을 제 손으로 또박또박 내 본 적도 없는 정치건달들이 아니라면, '큰 정부'를 운영하는 데 드는 돈이 하늘에서 저절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자기들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예비야당은 '작은 정부' 반대 이전에 적어도 납세자들을 향해 "찍소리 말고 세금 많이 내서 '철 밥통 공무원'들 다 먹여 살려라"고 까놓고 속내를 실토하든지, 아니면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하는, 입에 발린 립서비스라도 한 가닥 걸쳐 놓아야 한다. 이명박 진영 역시 매사 무엇을 호기롭게 꺼냈다가 이내 다시 슬그머니 호주머니에 집어넣을 요량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런 '뻥이야' 의기양양은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진영과 한나라당은 특히 매사에 싸움과 투쟁을 피해가면서 무엇을 쉽게 공짜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간의 타성부터 털어 버려야 한다. 도대체 일신을 던지는 건곤일척의 정면돌파 없이 어떻게 건국을 하고, 산업화 민주화를 하고, 선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까짓 한두 달 동안 장관 없는 차관(次官) 정부로 시작한다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목숨을 건 싸움을 통해 '큰 정부'가 왜 나쁘고 '작은 정부'가 왜 좋은지를 국민에게 호소하고 물어서 4월 총선의 국민적 동의를 획득할 수 있으면 '작은 정부'를 성사시키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현행대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쪽이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납세자 스스로 책임질 일이다.

'작은 정부론(論)'은 분명 국민적인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그래서 충분히 '장사가 되는' 아이템이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팀과 한나라당은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필요 불가결한 정치적 비용에 너무 인색했던 나머지, '인수위' 차원의 공중전으로만 일관 했다. 강단(講壇) 출신, 관료출신, 매끈한 전문직들로 구성된 이명박 팀과 한나라당의 태생적 한계였던 셈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은 그야말로 알토란 같고 절실한 쟁점이었다.
그런데도 이것을 10만명씩이나 공무원을 불린 실정(失政)세력, 높은 세금과 방만한 경영으로 일관한 무능한 과거 세력이 반대하고 나섰다. 국가부채를 천문학적으로 불려 놓은 세력, '신(神)의 직장' 공기업의 민영화를 거부한 세력, 평생 겨우 집 한 채 건진 노인들과 대학 나온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준 세력, 그러면서도 봉하 마을은 대대적으로 개발한 세력, 그리고 국보 1호 소실이 서로 네 탓이라고 떠넘기기만 하는 관료집단이 참으로 후안무치하게도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채 취임도 하기 전에 이 '반(反)개혁' 물결에 밀린다면 차기 정부의 미래는 암담하다. 만약 '이명박'이 못해낸다면 그 판단은 이제부터는 4월 총선 때 투표소에 들어가는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