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뉴스모자이크

kbs 사장은 빠리 물러가는 것이 좋다.<1> 동아일보에서

modory 2008. 2. 21. 22:13

 

●정연주 사장 “퇴진 압력땐 모든 일 할것”●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임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고 정 사장이 정면 대응을 뜻하는 발언을 하면서 KBS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006년 11월 정 사장의 연임 결정에 반대한 노조의 출근 저지 시위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사장 “내부비리 폭로” 발언 파문KBS 직원들 “경영인의 기본 자질 의문”

노조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고액연봉자 문제 거론

“방만경영의 책임은 사장몫… 왜 노조에 떠넘기나”

사장 “여러가지 방식 쓸수 있다” 정면대응 시사

KBS 정연주 사장이 노조의 퇴진 요구에 ‘내부 비리 폭로’로 맞서겠다고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KBS 내부에서는 “정 사장이 비리라고 지목한 ‘고액 연봉자’ 문제는 경영자로서 오래전에 개선했어야 할 사안인데도, 이 시기에 자기 방어용으로 문제 삼는 것을 보니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 사장의 발언이 어떻게 공개됐나?=본보는 정 사장의 발언을 공개한 ‘KBS기자협회 운영위원회 명의의 내부 통신 문건’을 20일 입수했다. 정 사장의 발언은 지난달 22일 노조 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나를 건드리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퇴진 압력을 넣으면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는 이 발언을 최근 집행위원회 등에서 공개했고, 이를 접한 KBS기자협회 운영위원회가 ‘사장퇴진투쟁’이라는 제목으로 15일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지난달 정 사장을 만났던 노조 간부는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해 “사내 현안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감정이 격해져서 나온 말”이라며 발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경영인의 기본이 안 됐다” =정 사장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KBS 내부의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20일 이 발언을 접한 중견 PD는 “사장으로서 회사 내부의 비리나 방만 경영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고쳐나가야지 노조로부터 받는 퇴진 압력을 물리치기 위해 외부에 폭로하겠다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며 “특정한 지역에 편중된 인사와 업무 효율성이 문제였다면 그것을 바로잡지 않은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최고 인사권자인 사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지방총국의 한 기자는 “정 사장이 방만 경영을 개선하려고 했다가 노조가 발목을 잡아서 못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장의 책임을 방기한 채 노조 쪽만 비난하는 것은 경영인의 기본이 안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만 경영에 대한 정 사장의 말 바꾸기=방만 경영 실상을 폭로하겠다고 한 정 사장의 발언은 기존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정 사장은 KBS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을 공개석상에서 인정한 적이 거의 없다.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2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토론회에서 “내부 갈등을 무릅쓰고 팀제로 자리를 줄였는데 그런 노력 등은 평가받지 못하고 막연하게 방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다”며 “과연 우리가 방만한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노조, 정 사장 퇴진 거듭 요구=내부 비판이 거세지면서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장시간 토론을 벌인 끝에 정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20일 발표했다.

노조는 결의문에서 “15일 실시한 사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80%가 넘는 응답자가 ‘정 사장에게는 KBS의 미래를 헤쳐 나갈 능력이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20일 특보를 통해 “비대위에서 ‘이제는 행동을 보일 때’라는 강경론도 나왔으며 정 사장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며 “공영방송의 미래를 정 사장에게 맡길 수 없다는 강한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 정면 대응=정 사장은 ‘비리 폭로 발언’에 이어 18일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경영 적자만을 이유로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노조의 지적에 대해 경영진으로서 선택 가능한 경영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사장은 또 “수신료 인상 실패를 언급하는 것은 해사 행위”이며 “노조가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KBS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회사 경영진을 부정하는 것으로 앞으로 노사 상생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 공문에 대해 “정 사장이 언급한 여러 가지 경영 방식은 ‘구조 조정’을, 노사 상생 관계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징계’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20일 결의문은 정면 대응하겠다는 정 사장에 대한 노조의 맞대응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