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을 ‘유익한 일’에 쓸 것이라는 삼성측 발표에 대해 “어디에 쓰는 것이 유익한지 모르겠지만 재벌그룹 총수들이 이런 문제가 닥칠 때마다 마치 자선을 베풀듯이, 시혜를 베풀듯이 하는 전형적인 이야기”라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신부는 “자신들이 불법적으로 훔친 점에 대해서는 법 절차에 따라 환수하고, 책임져야 될 문제는 법정에서 처벌을 받고, 그래도 남는 돈이 자기들 것이라면 자기들이 가져야 한다”며 “왜 이걸 국민들을 위해 쓴다거나 유익한 데 쓴다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팔아먹는지 모르겠다. 그런 자세는 정말 유감스럽다”고 했다.
김 신부는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가난하거나 비굴하지 않다”며 “국민들을 바라보는 자세를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대해서도 “희한한 결과를 내놨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삼성비리의 핵심인 비자금 조성 부분과 불법 로비 부분에 대해서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며 “반면 경영권 승계 과정에 심각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리사욕에 의한 배임, 횡령, 조세포탈과는 구별되는 일이라면서 책임자 일체에 대해서 불구속을 결정했는데 삼성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여러 가지 범죄사실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무수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게 만든 근본동기이면서 뇌물공여의 최종목표라고 할 수 있는 경영권의 세습마저 법적 정당성을 갖추게 해줬다”며 “삼성으로서는 굉장히 즐거운 일이 벌어진 것이고, 게다가 이건희씨가 굉장히 큰 선물까지 받았다. 오랜 세월 동안 남의 이름 아래 감춰뒀던 4조 5000억원 대의 비자금까지 실명으로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상황이 이러니까 저희는 무엇을 위한 특검이었는가, 누구를 위한 특검이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가 농담으로 김용철 변호사에게 ‘당신 삼성에서 파견한 X맨 아니냐, 특검을 통해서 삼성은 경영권 승계라는 숙원사업까지 해결했으니까’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말하면 삼성은 몹시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저희로서는 참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삼성 비리에 대한 추가 폭로자에 대해 “실제로 제2의 김용철 변호사가 있다”며 “현금이 가득 든 돈다발을 삼성본관까지 실어 나르는 일이 일상 업무였다고 말해 준 계열사 직원도 있고, 약 10년 동안 노무관리에 종사하면서 노조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지역에 법원과 경찰, 검찰, 또 기자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했다고 토로한 전직 간부의 증언도 있다. 말로만 정도경영이지 실제로는 무노조경영을 위해서 양심과 도덕에 어긋나는 일에 돈을 탕진했다는 그런 자신의 과오를 털어놓았던 전직 임원도 있다”고 했다.
김 신부는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도 이렇게 폄하해버리고 하는 현실들, 정말 이름을 드러내면 발생하게 되는 개인적인 피해 같은 것들 때문에 저희들이 실명공개 하는데는 굉장히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다만 이런 분들의 고백이 이제는 우리 사회가 과감하게 낡은 질서를 폐기하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때가 된 것을 알려주는 표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