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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 일본의 한국 대통령 평가

modory 2009. 5. 28. 19:06


 일본의 한국 대통령 평가 [중앙일보]2009년5월28일

 중앙일보 강동호 도쿄 특파원이 일본의 한국 대통령이란 글을 썼다.

지난해 2월이었다. 일본의 한 시민단체로부터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양국 우호에 작은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시간을 냈다. 주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였다. 이들의 관심은 대통령이 바뀌면서 한·일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해 보자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한국 대통령은 이처럼 상당한 주목을 받는다. 애증이 많은 이웃나라의 대통령으로 한·일 관계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지, 재임 중 어떤 정책을 펴는지에 촉각을 세운다. 이런 관심은 물러난 뒤에도 계속된다. 역사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일본의 식자층에선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주도하기도 했지만 ‘한강의 기적’을 연출한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독재의 상징이란 이미지도 따라다니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공’이 더 크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자인 다나카 아키히코 도쿄대 교수의 『아시아 속의 일본』에서도 역대 대통령의 ‘공과’가 기록돼 있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먼저 ‘쿠데타와 민주화 억압’을 떠올렸다. 의외였지만 ‘공’도 평가했다. 재임 중 직선제를 도입하고 단임으로 물러나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의외였다. 국내에선 유약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북방외교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국교 수립을 위해 1990년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담판했던 일화는 냉전종식 과정의 외교 비사로 꼽힐 정도다. 이어 중국·헝가리 등 동구권과 수교하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절반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게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또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 지도자’란 평가가 붙어 다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사 인식, 독도 문제로 일본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바람에 일본에선 부정적인 시각이 앞선다. 하지만 그의 서거는 안타까운 일로 받아들인다. 평소 그와 대립했던 일본 정치인의 조문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정경 유착을 근절해 깨끗한 정치를 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가까이하려고 했다’고 고인을 평가한다.

한국 대통령에 대한 일본 내 평가는 이처럼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한국 현대사 발전 과정의 귀중한 자산으로 존중하는 분위기다.

우리 학계에서도 역대 대통령에 대한 다각적 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그러한 조명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에 대한 공과는 그러한 평가작업에 맡기면 된다. 성급한 원망과 대립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애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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