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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설 - 민주당의 유훈정치

modory 2009. 6. 7. 17:12

남쪽에서도 '유훈(遺訓)정치' 펴겠다는 민주당

조선일보사설 : 2009.06.05

민주당이 4일 개최한 의원 워크숍의 기조는 '노무현 정신 계승'이었다고 한다. 사회자는 "6월 국회는 노무현 국회, 오늘 워크숍도 노무현 워크숍"이라고 했고, 주요 당직자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遺志)를 받드는 길" "노무현 가치의 재발견" 등의 말로 '노무현 따르기'를 외쳤다. 한 의원은 "500만 국민이 추모하고 민주주의 복원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도출된 이 정국을 1cm라도 이동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은 없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4월 7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처음 시인했을 때 민주당 대변인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성역(聖域) 없이 공개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 무렵 한 재선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는 친노(親盧) 경쟁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친노 386' 낙인 찍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인간적인 비애를 느낀다"고 했을 정도다.

정당이 민심과 여론을 최대한 자신의 정치적 에너지원(源)으로 흡수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접시에 담지 못한 민심을 민주당이 끌어다 자기 접시에 담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정치적 행동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엊그제까지 집권 여당이었던 정당으로서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지금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 비난하고 있지만,
대통령 가족이 청와대 관저에서 100만달러의 현금 가방을 전달받고 500만달러가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들어가고 다시 40만달러가 자녀의 집 사는 데 흘러들어 간 걸 검찰이 수사하지 말았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보복 수사라며 하지 말았어야 할 수사라고 한다면 어떻게 지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 '민주주의 후퇴'의 사례로 꼽는 미디어관련법 개정안은 취지가 방송의 진입 장벽을 허물어 지금의 독과점(獨寡占)체제를 깨자는 것인데,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언론개혁 의지를 계승한다'는 논리로 필사 저지를 다짐하면서 기존 방송사 기득권 지키기를 청부 맡아 나선 셈이다. '노 전 대통령 유지를 계승'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 때 체결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명박 악법'으로 매도하며 저지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억지가 심하다. 정세균 대표부터가 FTA 협상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면서 협정의 중요성을 몇 차례 언급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틀 뒤에 터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이 다음날 "어제로 이미 끝난 뉴스"라며 의미를 축소했고,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북한의 후계자 선정에 관한 정보를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의원들에게 알려준 것에 대해 "서거정국을 북풍정국, 대북정국으로 바꾸려"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만일 민주당이 지금 집권당이라 해도 이렇게 나올 수 있겠으며, 국민이 그런 정당에 국가를 맡겨도 되겠다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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