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미주알고주알

지율 비구니와 환경 보호

modory 2009. 4. 25. 09:54


동아일보 기자의 눈/정재락

●‘천성산 법정’서 완패한 환경 독선주의 ●

 


 2004년 2월 하순 울산지법 111호 법정 밖 복도.
경부고속철도(KTX)의 경남 양산시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며 
수차례 단식농성을 벌여 유명해진 지율 스님(본명 조경숙·53)
(보도마다 스님이라 하지만 지율은 스님이라기 보다 비구니임)이 
나타나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에 터널이 뚫리면 산에 도롱뇽이 살지 못하는 등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환경단체인 ‘도롱뇽의 친구들’ 대표 자격으로 
2003년 10월에 공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기자들은 “천성산 터널 구간 좌우에는 아파트 단지와 공단이 있는데 
천성산 터널 말고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스님은 “환경운동을 하는 우리가 왜 대안까지 제시해야 하느냐”고 
말한 뒤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이 가처분신청은 2004년 4월과 12월 1, 2심에 이어 2006년 6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지율 스님이 패소한 것이다.
스님은 재판이 진행되던 2004년 3월부터 약 2개월 동안은 터널공사 
현장에서 굴착기를 가로막고 농성을 벌였고 시공사 측은 스님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울산지법은 2006년 1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형량은 항소심(2007년 2월)에 이어 23일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이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2003년 2월 8일 지율 스님이 부산시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7년여 만에 이 사건은 일단락된 셈이다.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 농성이 개발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스님 때문에 6개월간 공사가 중단돼 시공업체가 밝힌 직접적인 
손실액만 145억 원이나 되는 등 사회적 손실이 너무 컸다.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천성산 습지는 터널에서 수직으로 300m 이상 
떨어져 있어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부산과 울산에서 
조기 착공 촉구 서명운동도 있었지만, 지율 스님의 반대는 계속됐다.
2002년 2월부터 약 2년간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반대 
농성을 벌인 보성 스님은 2005년 2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환경 문제를 제기하려면 확실하게 대안을 강구한 뒤에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대안이 없으면 독단으로 흐르게 된다”고 말했다.
환경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혜택을 보게 될 
국책사업 등이 ‘환경 독선주의자’에 게 발목이 잡히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잘못된 독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천성산 터널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이 글은 동아일보에 가져 온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