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줄고 광고도 급감
정연주 사장 시절 적자 낸 KBS는 45억원 흑자전환
MBC의
올해 상반기(1~6월말) 실적이 KBS·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새 이사진 출범과 동시에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본지가 입수한 MBC 내부자료에 따르면, MBC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394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528억원이 감소한 규모다. SBS도 영업이익 규모가 196억원 감소해 1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KBS는
흑자(45억원)로 돌아섰다. MBC는 내부적으로 올 연말까지 총 600억원 안팎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적자 규모로는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시청자 신뢰 저하로 MBC 광고 수입 급감
3대 지상파 방송사의 올
상반기 광고수입 감소 규모(작년 상반기 대비)를 보면, SBS가 666억원(-26%), KBS가 575억원이 각각 감소(-21%)한 반면,
MBC는 1307억원(-42%)으로 액수나 증감률 면에서 가장 컸다. 이런 광고 급감과 관련, MBC의 한 국장급 간부는 "내부에서는 '정부가
MBC를 압박하기 위해 기업들에 압력을 넣어 광고가 줄었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실'은 이 기간 MBC의 시청률
변화를 보면 드러난다. 시청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프라임 타임(오후 8~12시)을 기준으로 할 때, MBC의 시청률은 작년 1분기 14.6%에서
올 1분기 10.9%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KBS2와 SBS는
10%대 초반에서 3~4%포인트씩 시청률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MBC는 시청자의 '외면'으로 인해 광고 실적이 다른 방송사보다 더 큰 규모로
하락한 셈이다.
이관열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청률 하락은 지난해 PD수첩의 광우병 조작 방송 후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여파가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시장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MBC광고가 급감했다는 것은 MBC의 거짓
왜곡 방송에 대한 시장, 즉 국민 여론의 강력한 반응"이라고 했다. MBC의 제2노조인 '공정방송노조'(이하 공방노)의 한 간부는 "광고주인
기업들로서는 '반(反)시장'적 정서가 강하게 느껴지는 MBC의 일부 프로그램에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지 않겠냐"며 "정부의 광고 탄압 운운하는
내부 의견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는 비용절감으로 3년 만에 적자 탈출
KBS는 정연주 전 사장
재임 시절 기록한 '2006~08년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났다. KBS 관계자는 "광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방송제작비를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7억원 정도 절감하고 인건비를 85억원 줄이는 등 총 617억원의 비용 절감 노력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 KBS PD는 "정
전 사장 시절에는 제작비 하나는 원 없이 썼는데, 지금은 그런 풍토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일선 현장에서 '너무 쥐어짠다'는 불만이 터져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재철 단국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KBS가 내부 경영 비용 절감으로 흑자를 냈다는 사실은 반대로 예전에 얼마나
방만했던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MBC 경영진 책임론' 불가피
MBC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MBC 공방노 관계자는 "똑같이 광고난을 겪었는데도 KBS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정황을 봐야 한다"며 "이는
결국 경영진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의 신임 이사들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임 이사는 "다음주부터 경영 상황 보고를 받으면서 MBC의 적자 폭이나 광고 감소폭이 유독 크게 발생한 이유에 대해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KBS와 단순 비교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 MBC 간부는 "MBC도 상여금 400% 삭감, 제작비
30% 삭감, 자가운전 보조금 폐지 등 비용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문제는 단순한 '쥐어짜기'만이 능사가 아니라 경영진이 위상에
걸맞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수채 전 공방노 위원장은 "KBS에서는 아침 드라마 'TV소설'을 폐지하고, 제작비가 10분의
1 수준인 교양 프로로 대체하는 등 편성 운용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반면, MBC에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과거의 관행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9명으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진은 7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이들은 오는 10일 오전 첫 이사회를 열고 공식 임기(3년)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