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態漫評 아들 1
♣ 늙은 광부 이야기 ♣
올해 일흔의 아비는 서른에도 배가 고팠다.
가난했지만 부끄럽지 않았고 서러웠다
봄날 긴긴 해에 보릿고개를 주린 배 움켜 잡고 넘었다.
독일 광산 막장에서
아내는 죽은 독일 사람 시신을 닦으며
빈 주머니에 돈을 채우고 채웠다.
보릿고개 허기 진 배로 넘고 넘어
풍요를 만들어 자식들에게 먹고 살만큼 돈을 주었다.
그래도 부모는 자식 앞에 빚 진 죄인이 되었다.
자식은 돈이 떨어지면 또 아비를 찾아왔다.
아비 돈 보고 찾아오고 찾아오는 자식
절반 내어 주면 사흘이 멀다 하고 내놓으라고 조른다.
다 주고 나면 굶어 죽을 판인데 그래도 내놓으란다
안 주면 맞아 죽는단다.
나이 일흔에 졸려서 죽으나 굶어 죽거나
맞아 죽으나 죽음은 같은 것.
그래도 자식이다 싶어 아비는 다 내어 주고 굶어 죽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