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건진 어뢰 추진장치에 쓰인
글씨가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밝힐 결정적 단서(smoking gun)가 될 전망이다. 추진동력을 내는 추진장치(rotor)는 어뢰의
꽁무니에 달린 부품으로 프로펠러와 기어, 구동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동축에 ‘1호’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1호’의 표기를 두고 어뢰 부품을 북한제로 결론 내린 것은 우리 군이 보관 중인 북한군 훈련용 경어뢰와의 비교를 통해서다.
이 경어뢰의 같은 부위에 쓰여 있는 표기와 비교 분석한 결과 조합이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훈련용 경어뢰의 같은 부위에는 ‘4호’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한글을 쓴 데다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제 어뢰라는 점을 밝혀내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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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뢰의 물증이 나오자 야당들은 말 바꾸기 한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
천안함 사건에 북한
어뢰의 물증이 나오자
민주당의 대응법이 미묘하게 바뀌면서 말 바꾸기로 표리부동한 행태를 다시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관련설이 나오면 입을 다물다시피
했다. 사건 초기엔 “북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박지원 원내대표)는 말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김효석 의원 같은 경우는 아예 천안함이 암초와
충돌해 좌초됐을 가능성까지 집요하게 제기해 왔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010
5월 19일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그 누구도 북한 소행이라고 한 것을 부인한 적이
없다”며 “(여권은) 민주당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해왔다는데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여야 3당 대표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민주당도 그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인 정동영 고문까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가세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북한의 개입설에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기류다. 소극적 접근이 북한을 두둔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어뢰설,
기뢰설은 소설이자 억측”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에 집중타를 맞았던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도 목소리가 작아졌다. 유 후보는 이날 “정부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북한 관련설을 유포했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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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입장 어떻게 바뀌었나
■ 정세균
대표
“(천안함 사건의 북한 연루설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보려는 속셈에서 나온 것
으로 본다.” (4월 21일
라디오 인터뷰) →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만약
북한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민주당도 그런
입장이다.”(5월 19일 3당대표 토론회)
■ 박지원
원내대표
“북한 공격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미국에서조차도 국방부 장관이 북한 개입 근
거가 없다고 했다.” (4월
1일 라디오 인터뷰) → “민주당에선 그 누구도 북한 소행이라고
한 것을 부인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인정하지도 않았다.” (5월 19일
민주당 의원총회)
■ 정동영 상임고문
“조사받아야 할 사람들이
조사를 한다. 정보를 독점한 상태에서 미리 결론을 단정짓고
조사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5월 1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
→ “북한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정부의)대북증오 정책에 대해 이에는 이, 증오에는 증오로
맞선 결과다.” (5월 19일 라디오 인터뷰)
■ 모 지사
후보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 어뢰설, 기뢰설, 버블제트, 온갖 것들이 억측
과 소설이다.” (5월 11일
라디오 인터뷰) → “근거 제시 없이 북한 관련설을 유포했기 때
문에 문제 제기했던 것. 내일 발표에 구체적 사실 관계가 들어있는지
기다려볼 것.”(5월 19일 라디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