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中·日 스타 작가 3명 '방송작가 콘퍼런스'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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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09-10일자
"韓·中·日 스타 작가 3명 '아시아 방송작가 콘퍼런스'서 만났다"라는
제목으로 한국 소현경… "허구지만 개연성 있어야 좋은
드라마" 일본 오자키 마사야… "'결혼 못하는 남자'는 나 자신이 모델" 중국 왕리핑… "희망 주는 이야기 쓰는 게 내
철학"이란 기사를 썼다.
"저는 이제 한국
사람들과 일하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동아시아 국가 간 영상 콘텐츠시장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어요."(오자키 마사야), "동아시아
작가들끼리는 감성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서로 비슷한 생각을 확인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있습니다."(소현경)
한국·중국·일본의 스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0일까지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진행되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주최 '아시아 방송작가 콘퍼런스'를 통해서다. 5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찬란한
유산'을 비롯해 '검사 프린세스' '그 여자' 등을 쓴 소현경,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결혼 못하는 남자'를 쓰고 한·일 합작 드라마 프로젝트
'텔레시네마'에 참여했던 오자키 마사야, '며느리의 아름다운 시절'로 상하이
국제영화제 최고 작가상을 받은 왕리핑이 9일 서로의 영상 철학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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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인기 드라마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9일 오후‘아시아 방송작가 콘퍼런스’참여차 방한한 오자키
마사야, 소현경, 왕리핑(왼쪽부터) 작가가 유쾌한 분위기속에 대담을 갖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왕 작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두 작가 드라마의 열혈 팬이었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드라마 작가의 위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소 작가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는 작가가 주도권을 잡을 때가 많다"며 "두 시간짜리 영화와 달리 몇 달에 걸쳐
방송되는 드라마는 서사 구조가 길고 복잡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오자키 작가도 "영화는 큰 화면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영상에
집중시키지만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감상하기 때문에 영상보다 대사가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며 "그래서 일본에서도 작가의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왕 작가가 대꾸했다. "요즘 중국 방송가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한답니다. '일류 연예인, 이류 감독, 삼류 작가로는
드라마가 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류 작가, 이류 연예인, 삼류 감독으로 팀이 꾸려지면 대체로 성공한다.'
하하하."(왕)
◆좋은 드라마는 무엇인가?
좋은 드라마의 기준에 관해 묻자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소
작가는 "'찬란한 유산'이 착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기는 했지만 그런 의도를 갖고 쓴 작품은 아니었다"며 "드라마의 기본은 개연성"이라고 했다.
"드라마는 분명 허구의 세계를 다루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줘야 시청자가 감동을 받습니다. 일부 드라마가
'막장'이란 비난을 받는 건 근본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대담 내내 명랑하게 웃던 왕 작가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며 "그게 제 드라마 철학의 전부"라고 했다. 오자키 작가는 "TV 드라마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는 게 중요하다"며 "시청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바람직하다"며 "'결혼 못하는 남자'는 나 자신을 모델로 삼아 썼는데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한류는 죽지 않는다
이들은 각국 드라마의 특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소
작가는 "일본 드라마는 미스터리, 수사, 첩보, 모험 등 소재가 다양해서 배울 점이 많다"며 "중국 드라마는 순정(純情)적 느낌이 강해서 선정성
경쟁에 몰두하는 한국 드라마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왕 작가는 "그래도 한국 드라마는 여전히 따뜻하고 유머가 넘친다"며 "일본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지만 가끔 잔혹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고 했다. 오자키 작가는 "한국 드라마는 감정을 직선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중독성이
높다"며 "그래서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류(韓流)의 미래에 대해서는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일본에서 일상이 될 겁니다. 한류라는 별칭으로 따로 불리는 붐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말이죠."(오자키) "한국 드라마는 순수하고 깔끔해서
계속 아시아의 핵심 콘텐츠로 대접받을 겁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빼어난 외모도 큰 힘이에요. 처음 한국 드라마를 접했을 때는 연기자들이
실재(實在)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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