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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라마 장악한 악녀들○

modory 2011. 3. 30. 08:55


☆드라마 장악한 악녀들, 독할수록 사랑받는 까닭☆

중앙일보 강혜란 기자의 기사임 2011.03.30
‘마이더스’ ‘로열패밀리’ … 성공 좇는 매력녀 내세워

SBS ‘마이더스’ 유인혜 역의 김희애.

"요즘 드라마는 악녀들이 대센가 보네요.” 작가 김수현씨는 19일 자신의 트위터(@Kshyun)에 이렇게 올렸다. 말 그대로다. SBS ‘마이더스’의 유인혜(김희애)는 오빠들을 제압하고 인진그룹 후계자가 된 뒤 기업사냥에 한창이다. MBC ‘로열패밀리’의 김인숙(염정아)은 JK가의 구박 받는 며느리에서 경영권을 쟁취하는 야누스로 그려진다. 24일 종영한 ‘욕망의 불꽃’에서 윤나영(신은경)은 남편과 아들에게 기업을 승계시키기 위해 살인미수 등 악행을 일삼았다. MBC가 ‘짝패’ 후속으로 5월 방영할 ‘미스 리플리’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탐욕을 실현해가는 여주인공(이다해)이 학력 위조사건의 신정아마저 연상시킨다.

◆‘미실’들의 집단 귀환=드라마 속 악녀는 주로 선한 여주인공들의 반대에 선 적대자(antagonist)였다. 지금은 주인공들 자체가 선의 따위엔 관심 없다. 김희애는 자신을 돕던 김도현(장혁)이 걸림돌이 될 처지가 되자 “공들인 게 아깝지만 어쩌겠어요”라며 본색을 드러낸다. 신은경은 엔딩 순간까지 시아버지 이순재와 경영권 실랑이를 벌이며 희번득 미소를 날렸다. 염정아가 상대하는 시댁 식구들(김영애·전미선)은 남자보다 권력 생리를 꿰뚫고 있다.


 
이 같은 캐릭터들은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과 닮아 있다. 스스로 욕망을 실천해 가는 저돌적인 인물이다. 10년 차 이상 연하남과 모호한 관계를 끌어가는 매력적인 여성이란 것도 눈에 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반영하듯 금융·경영 등에서 전문능력도 갖췄다.

 TV평론가 정덕현씨는 “드라마의 주소비자인 여성들이 더 이상 남자들의 성공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 조직생활을 하며 맛 본 좌절을 강력한 악녀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판 ‘하얀 거탑’이라는 설명이다. 신정아·덩신밍(상하이영사관 스캔들의 핵심인 중국 여성) 등 현실 속의 야심녀들도 이러한 ‘악녀 신드롬’을 부채질한다.

◆축구 보듯 드라마 감상=“등장인물이 죄다 나쁘고 괴물이다. 하나도 바른 사람이 없다. 야망 추구를 그렇게 악독해야 되나. 재벌가 사람들이 다 비열하다는 인식도 너무 일차원적이다.” 한 중견 드라마 작가는 ‘악녀 전성시대’에 편치 않은 소감을 드러냈다. “작가들이 기획안대로 써주는 데 불과한, 창의력이 느껴지지 않는 글쓰기”라고도 했다. 인간성에 대한 천착보다 극단적인 캐릭터·플롯 전개가 일반화됐다는 지적이다.

 
구본근 SBS 드라마제작국 부국장은 “수십 개 채널이 범람하면서 드라마들 간에 자극적인 설정과 캐릭터로 눈길을 끌려는 경향이 강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악녀 캐릭터는 여기에서 비롯된 흥행용 ‘머스트해브 아이템(필수품을 뜻하는 패션용어)’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이혼 후 자립하는 아줌마 드라마가 유행했다면 이제는 재벌가 여성의 빛과 그림자로 시청자의 감정이입 대상이 바뀐 셈이다.

 중견 여배우의 활용 폭이 넓어진 것도 제작 배경이다. 결혼과 함께 은퇴했던 예전과 달리 고현정·신은경·성현아·염정아 등은 기혼·이혼 가리지 않고 무르익은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구본근 부국장은 “요즘 시청자들은 캐릭터에 매료되기보다 축구에서 골 실력을 보듯 ‘저 배우가 얼마나 패악질을 잘 하나’에 관심을 보인다. 악녀가 악녀를 부르고 재벌가가 재벌가를 부르는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출처 : 방비워(방송비평워크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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