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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새샘 기자가 보는 5월 드라마

modory 2011. 5. 3. 08:09


5월드라마는 ‘노처녀물’ 장르? 사자성어로 풀어 본 그녀들

2011-05-03 동아일보 이새샘 기자는 한국 텔리비젼의 5월 드라마에 대해 이렇게 썼다.
 

過猶不及- 나이는 넘쳐나는데 四面楚歌 - 꼬일대로 꼬인 신세
捲土重來 - 남자만나 인생역전

드라마 속 30대 미혼 여자들의 인생은 꼬여 있고, 이는 남자를 만나야 풀린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5급 공무원 공아정으로 나오는 윤은혜(위)와 ‘동안미녀’의 주인공 이소영 역을 맡은 장나라. SBS·KBS 제공

 


로맨틱 코미디물의 하위 장르로 ‘노처녀물’이라는 장르를 새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KBS ‘동안미녀’, MBC ‘최고의 사랑’,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 
이달 줄줄이 시작하는 드라마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플롯과 등장인물의 유형이 비슷한 건 물론이고 ‘노처녀물’이라는 장르의 관습을 
살짝 뒤집어 보려는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이런 노처녀물에서는 대개 다음과 같은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거늘 나이가 꽉 차다 못해 살짝 넘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동안미녀’는 아예 ‘나이에 맞지 않는 동안을 지닌 노처녀’ 이소영(장나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어린 나이가 스펙인 시대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데다 나이‘마저’ 
 많은 노처녀의 성공 스토리를 다루겠다는 야심이다.
  ‘최고의 사랑’의 주인공 구애정(공효진)은 한물간 아이돌이다. 10년 전 전성기를 
  구가했던 걸그룹 ‘국보소녀’ 출신이다.
둘째, 이들은 너나없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인생을 살아간다. 인생은 꼬일 대로 
꼬였다. 
이소영은 고졸 학력으로 서른넷의 나이에 회사에서 잘려 나이를 속이고 취직을 
해야 하는 신세다. 
가족 탓에 신용불량자가 되기까지 했다. 구애정은 연예 활동으로 근근이 먹고
살 정도의 돈벌이밖에 못 하는 데다 ‘비호감’으로 낙인찍혀 하는 행동마다 
욕을 먹는다.
셋째,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는데 모두 
남자 덕을 본다. 
구애정이나 이소영 모두 남자를 만나고서야 꽉 막혔던 인생이 뚫리기 시작한다. 
그나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공무원 공아정(윤은혜)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노처녀물의 상투적 설정을 뒤집어 보려 한다. 하지만 공아정 
역시 알 수 없는 압박감에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드라마를 시작한다.
 ‘노처녀의 종착역은 남자(결혼)’라는 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밖에 밝고 ‘샤방샤방’한 화면, 슬랩스틱에 가까운 몸개그와 말장난, 
주인공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난 가족과 직장 동료들, 살살 약 올리는 
예쁜 여자 악역 등 소소한 ‘장르적 관습’들이 노처녀물에선 발견된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관습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처녀물의 역사는 2004년 ‘결혼 못하는 여자’,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로서는 참신했던 연상연하 커플이 등장했고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온고(溫故)하되 지신(知新)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참신한 얘기도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날카롭던 현실감각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뒤섞인 ‘동화다움’으로 무디어졌다.
외국에도 노처녀들이 등장하는 영화와 드라마는 수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섹스 앤드 더 시티’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노처녀들이 
넷이나 나온다. 연애에 굶주려 있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괴롭기는 
미국 노처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혼이 아닌 다른 결론도 보여주는
 ‘미드’와 달리 한국 드라마 속 노처녀들은 결혼과 남자에만 목숨을 건다. 
 현실에선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비혼(非婚)남녀’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됐다. 
 아직 시작도 안 한 드라마의 노처녀들을 보며 답답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출처 : 방비워(방송비평워크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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