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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텍사스

modory 2014. 1. 22. 13:41

줄거리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역 부근, 텍사스주의 어느 황량한 마을에 탈진한 듯 보이는 한 남자가 걸어온다. 그의 이름은 트래비스. 의식을 잃은 트래비스의 소지품에서 ‘월트’란 이름을 발견한 의사는 연락을 취하게 되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던 동생, 월트가 형, 트래비스를 데리러 온다. 4년 만에 소식을 접한 월트는 병원에서 말 없이 사라진 형을 바로 찾아내지만, 형은 계속 침묵으로만 일관한다. 그동안 형의 아들인 헌터를 맡아 기르던 월터와 그의 아내 ‘앤’은 헌터가 트래비스를 아버지로 인정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른 정에 얽매여 헌터를 잃게 되진 않을까 우려한다.
  월트는 형이 텍사스에서 헌터의 엄마, ‘제인’과 살다가 왜 갑자기 헤어지게 됐는지 털어놓지 않자 답답해하고, 트래비스는 앤으로부터 제인이 헌터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송금해오는데, 휴스턴의 한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는 애기를 듣고 직접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헌터에게 그 계획을 말하자 헌터도 같이 나가겠다고 한다. 앤이 알려준 휴스턴의 한 드라이브인 은행에서 제인을 찾아낸 트래비스.
  [스포일러] 그는 일단 제인이 일하는 곳을 알아낸 뒤, 손님으로 가장해 자신의 지난 과거를 들려주는데, 트래비스임을 깨달은 제인은 지난 사랑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린다. 헌터가 묵고 있는 호텔을 알려준 트래비스는 이제 아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아닌 엄마라며 제인에게 헌터를 맡긴 뒤, 차를 타고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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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 텍사스' 속 붉은 색 찾기 2008.05.22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역 부근, 텍사스주의 어느 황량한 마을에 탈진한 듯 보이는 한 남자가 걸어온다. 그의 이름은 트래비스. 의식을 잃은 트래비스의 소지품에서 '월트'란 이름을 발견한 의사는 연락을 취하게 되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던 동생, 월트가 형, 트래비스를 데리러 온다. 4년 만에 소식을 접한 월트는 병원에서 말 없이 사라진 형을 바로 찾아내지만, 형은 계속 침묵으로만 일관한다. 그동안 형의 아들인 헌터를 맡아 기르던 월터와 그의 아내 '앤'은 헌터가 트래비스를 아버지로 인정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른 정에 얽매여 헌터를 잃게 되진 않을까 우려한다.

 월트는 형이 텍사스에서 헌터의 엄마, '제인'과 살다가 왜 갑자기 헤어지게 됐는지 털어놓지 않자 답답해하고, 트래비스는 앤으로부터 제인이 헌터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송금해오는데, 휴스턴의 한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는 애기를 듣고 직접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헌터에게 그 계획을 말하자 헌터도 같이 나가겠다고 한다. 앤이 알려준 휴스턴의 한 드라이브인 은행에서 제인을 찾아낸 트래비스.

 

이 영화에는 유독 붉은 색이 많이 나온다.

영화 속에 등장한 붉은 색으로 '파리, 텍사스' 보기.

 

 

검은 바탕에 선명하게 박히는 붉은 제목 '파리, 텍사스(Paris, Texas)'.

제목은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지만 금방 검게 파묻혀 버릴 것 같이, 얇지만 그러나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곧 밝아진 화면 안에는 붉은 모자를 쓴 채 사막을 헤매는 트레비스가 등장한다.

 

 

허름하고 더럽혀 졌지만 격식을 갖춘 양복과 캐주얼한 붉은 색 모자는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는 지금 몹시 지쳐 있다.

그는 털링구아라는 시골 병원으로 가서 쓰러지고 그 곳에서 연락을 받은 트레비스의 동생 월터는 4년만에 나타난 형을 찾으러 텍사스로 달려간다.

 

 

월터는 형을 자신이 살고 있는 L.A.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극구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트레비스.

결국 월터는 렌트카를 빌리러 가고 그곳에는 새빨간 바지를 입고 있는 까칠한 센터 여직원이 있다.

말씨름을 벌이다가 결국 트레비스가 원하는 차를 렌트하는 데 성공.

 

 

아직 월터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트레비스.

그런 형이 답답하지만 월터는 끈기있게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린다.

L.A.로 가기 전 잠시 들른 모텔 안에서 트레비스는 또다시 탈출을 시도한다.

그는 어디로 자꾸 가려고 하는 걸까.

 

 

결국 월터와 트레비스는 함께 차를 타고 L.A. 로 향한다.

트레비스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파리'였다.

텍사스 파리 출신이었던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처음 시작된 곳이 아마도 텍사스 파리가 아닐까 싶어 텍사스에 땅을 샀다는 트레비스.

트레비스의 이야기가 계속되며 그들은 점차 L.A에 가까워 간다.

하지만 아직 월터는 트레비스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곧 8살이 되는 트레비스의 아들 헌터는 '반평생'을 작은아빠와 작은엄마를 아빠,엄마라 부르며 살아 왔다.

4년만에 자기를 찾아온 친아버지 트레비스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꼬마 헌터.

헌터는 혼란스러운 집안에서 빠져 나와 아빠(월터)의 빨간 승용차에 올라타 운전하는 시늉을 내고 있다.

헌터에게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빠는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는 낯선 존재다.

 

 

지난 4년간 어디에 가 있었는지, 아내 제인과 왜 어떻게 헤어지게 됐는지

입을 열지 않는 트레비스에게 동생 월터는 5년 전 가족들의 피크닉 장면을 찍은 영화를 함께 보자고 제안한다.

한 자리에 모여 옛날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 지켜보고 있는 트레비스와 월터 가족.

아내 제인이 나오는 장면에서 흐느끼는 것도 같던 트레비스,

아들 헌터와 눈이 마주치자 둘은 이내 웃어보인다.

 

 

가족과 함께 행복했던 한 때, 영화 속 트레비스는 역시 붉은 셔츠를 입고 있다.

 

 

헌터에게 다가가고 싶은 트레비스는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헌터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둘이 가까워질수록 헌터를 친아들처럼 사랑하는 월터의 아내 앤은

헌터를 트레비스에게 빼앗길까봐 불안하기만 하다.

 

 

앤으로부터 헌터의 친엄마 제인이 매달 15일 휴스턴의 은행에서 헌터 앞으로 돈을 부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트레비스.

트레비스는 제인을 찾으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서고 그 길에 헌터가 따라나선다.

 

 

15일, 무작정 은행 앞에서 제인을 기다려 보기로 한 트레비스와 헌터.

도시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트레비스의 망원경 안으로 건물 높이 펄럭이는 성조기가 들어온다.

미국 안에서라면 모든 이들의 이상과 꿈을 모두 이루어질 것만 같은 위용이다.

 

 

그 때 헌터의 눈 앞에 빨간 승용차를 탄 엄마, 제인이 나타난다.

헌터는 그녀가 제인임을 한 눈에 알아보고 트레비스와 함께 그 차 뒤를 쫓는다.

 

 

결국 제인이 근무하는 건물 앞에 도착한 트레비스와 헌터.

트레비스는 헌터를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그 곳은 일종의 핍쇼과 같은 구조로 원하는 여성을 골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손님으로 가장하여 제인을 만난 트레비스.

그녀의 흰 피부에 어울리는 진한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제인을 마주하자 트레비스는 마음이 내려앉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트레비스는 보이지 않는다.

트레비스는 그녀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한다.

제인은 여전히 아름답고 차분하다.

그녀가 트레비스를 왜 떠났던 걸까.

 

 

두번째 다시 제인을 찾아간 트레비스.

이번에 그녀는 검정 옷을 입고 있다.

트레비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제인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하고

이야기를 듣고 난 제인은 그가 트레비스라는 것을 알고 눈물 흘린다.

 

 

 

 비록 두 사람의 사이는 여전히 가로막혀 있지만

그들은 이제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 상처를 다독여 준다.

 

 

 

트레비스는 헌터에게 필요한 건 엄마라고 말하며 제인에게 헌터가 있는 호텔을 알려준다.

결국 재회한 제인과 헌터.

트레비스는 그 둘을 지켜보고는 조용히 어디론가 떠나간다.

.

.

트레비스는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어머니의 땅 '파리, 텍사스'로 떠나지 않았을까.

그 곳에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살 날을 기다리며.

그에게 있어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것이었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매일 꾸는 꿈과 같은 것. 그래서 항상 그리운 사람.

그래서 트레비스는 헌터에게 꼭 엄마를 찾아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

 

영화 속에서 붉은 색이 점점 줄어들수록 등장인물들의 마음은 안정되어 간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찾았을 때 트레비스, 제인, 헌터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지나친 해석일까?)

 

'말'을 한다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내가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의 가치를 말하는 영화.

트레비스는 영화 초반에서 전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말을 통해 제인과의 오해를 풀고

그녀를 헌터에게 보내줄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걸리는 부분은 앤이 헌터를 잃게 됨으로써 받게 될 상처...)

 

 

제인 역의 나스타샤 킨스키가 이렇게 예쁜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미모가 돋보이는 영화.

빔 벤더스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그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라이 쿠더의
끈적한 기타 멜로디도 '파리, 텍사스'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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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1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붉은색'의 의미는 바로 '어머니'였다.
트래비스가 이 영화 속에서 내내 찾고자 하는 의미는 그의 '어머니',
멕시코에서 태어났던, 그리고 텍사스에서 자신을 임신했던 자신의 어머니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는 제인과 헤어진 후 멕시코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털링구아 병원에 닿기 전 헤매던 곳이
어머니의 고향인 텍사스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아들에게 어머니인 제인을 만나게 해 주고 자신은 또다시 길을 떠난다.
그가 방황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
다시 말하면 자신이 가장 온전했던 순간, 바로 어머니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었던 그 순간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그리워 하기 때문이다.
결코 그 온전했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러한 '결핍'을 인식하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한 그는 영원히 떠돌게 될 것이다.
이 영화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붉은색은
그의 닿을 수 없는 이상, 어머니를 향한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
(붉은색은 어머니의 자궁 안을 연상하게도 하는 색이다.
특히 영화의 제목이 드러나는 부분, 검은 바탕에 붉은 텍스트는
암흑 안에 자리잡은 생명-자궁 안의 아기-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라캉으로 영화읽기' 책에 소개된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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