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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가봐야 천국이다 - 최승자(1952~ ) [조선/ 2017.01.09]

modory 2017. 3. 15. 05:54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가봐야 천국이다 - 최승자(1952~ ) [조선/ 2017.01.09]


    정끝별의 시 읽기 일러스트


    가봐야 천국이다 ― 최승자(1952~ )


    이리 불리든 저리 불리든
    가봐야 천국이지
    하늘님도 때로는
    나쁜 날씨에 감기가 드는
    가봐야 천국이지
    그리고 천국에서는
    가봐야 가봐야
    더 천국도 없다
    그래서 그곳이
    한없이 이쁜 천국이다


'가봐야 천국'이라니, 죽음에 대한 이 대책 없는 무한긍정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시 '나'에서 '세계에 코를 박고 있는/ 구름 한 장// 세계 너머에 한눈을 팔고 있는/ 바람 한 겹'으로 자화상을 그려냈던 시인에게 죽음은 더없이 덧없는 게 아니라 더없이 덫 없다. 하늘님과 더불어 알콩달콩 사는 주검은 우리들 공포처럼 어둡고 무거운 게 아니라 우리들 일상처럼 살갑다. 그러기에 죽음 너머는 한 많은 슬픔에 눌린 지옥이 아니라 한없이 환한 천국이다. '혁명 없는 혁명'('하루 종일')이 가능한 그런 천국이다. 시인이 무시로 세계의 끝, 하늘 허(虛) 그 너머, 저 세상, 심연, 영원한 잠, 하늘나라, 세계 너머를 꿈꾸는 까닭일 것이다.

인간은 한 번 죽는다. 죽음은 체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죽음은 오직 죽음으로서만 완성되는 천국과 같은 혁명이다. 그런 죽음이라니, '더 천국도 없'는 '한없이 이쁜 천국'이라니, 소풍 가듯 가도 좋겠다, 천진하게 난만하게! 모름지기 살아 있는 시시때때로 멋진 죽음을 배우고, 천국 가는 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다.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
출처 : 설지선 & 김수호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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