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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꽃나무 - 이상(1910~37) [중앙/ 2017.03.14]

modory 2017. 3. 15. 05:56

[시가 있는 아침] 꽃나무 - 이상(1910~37) [중앙/ 2017.03.14]





    꽃나무 - 이상(1910~37)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이 요령부득의 풍경은 무엇인가. 어느 꽃나무를 열심히 생각하며 열심히 꽃을 피우고 선 ‘한 꽃나무’의 이미지는, 화려한 만큼이나 비현실적이고 쓸쓸하다.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가 없는 발이 묶인 꽃나무인 것. 이어 그 발 묶임의 절망과 비애를 대신 발산하는 은유적 제의인 양 ‘나는 막 달아났소’라고 적고 있다. 이상 김해경은 경성 복판의 기술직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도 총독부에 취업했던 수재. 그렇기에 더욱 일문으로 쓰고 읽는 일이 당연했던 사람이다. 그의 문체의 현대적 매력은 상당 부분 일본 근대식 문체의 번역에서 온다. ‘꽃나무’는 그가 한글로는 처음 발표한 1933년의 시이며, 일본과 서구에의 동경과 조선적 현실 사이에서 질식하고만 시인의 비극적 운명을 예시하는 듯하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설지선 & 김수호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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