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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또한 유쾌하지 않은가(不亦快哉三十三則) - 김성탄(金聖歎·1608~1661) [중앙/ 170311]

modory 2017. 3. 15. 06:02

[시가 있는 아침]또한 유쾌하지 않은가(不亦快哉三十三則) - 김성탄(金聖歎·1608~1661) [중앙/ 170311]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不亦快哉三十三則) - 김성탄(金聖歎·1608~1661)


    자식들이 글을 읽는데, 유려하기가 병에서 물 흘러나오듯 한다.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아침에 눈을 뜨자, 한숨 소리와 함께 누가 죽었다는 수군거림이 들린다. 얼른 사람을 불러 누가 죽었는가 물으니, 성 안에서 제일 인색하던 그 구두쇠라고 한다.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가난한 선비가 돈을 꾸러 왔다. 터놓지 못하고 우물쭈물 딴말만 한다. 그 마음을 눈치채고 조용한 데로 데려가, 얼마나 필요한가 물어본 뒤, 달려가 돈을 가져와 건네준 다음 다시 묻는다. “자네 당장 처리할 바쁜 일이 있으신가? 같이 한잔 하고 가면 안 되겠는가?”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창문 열어젖히고 방 안의 벌을 몰아냈다.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빚을 다 갚았다.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죽을 고비는 넘겼는가. 고통스럽지만 환부를 수술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 당사자에게 길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대개 병을 숨겨 병을 키운다. 그리고 좋은 의사는 병을 다스리되 환자는 미워하지 않는다. 김성탄은 병자호란 무렵 명·청이 교체되는 격동기를 살다간 중국 장쑤성 사람. 이 글을 비롯하여 양명학적 인간관의 문학적 발현인 이 시기 ‘청언소품’ 운동은 18세기 이후 조선과 일본의 문풍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빚을 다 갚은’ 처지는 아니지만 이런 글로 잠시 웃고 가시길.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설지선 & 김수호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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