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미주알고주알

기회의 땅 한국(이관열 교수의 글)

modory 2005. 9. 23. 09:36
20050923

기회의 땅, 대한민국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의 브랜드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 '동방의 밝은 빛'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리아의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엔 두려움이 없고/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라고. 한국의 아침은 절대 고요 자체였다. 소걸음 재촉하는 농부의 이랴 소리와 소달구지 종소리가 아침 햇살 가르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아름다운 목가적 풍경일지는 몰라도 백성은 헐벗고 굶주렸다. 1년 365일 수백 가지의 세금과 부역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타고르는 옳았다. 마침내 코리아는 오천 년 긴 동면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머리를 쳐들고 일어섰다. 민족의 심장은 서서히 고동치기 시작했다. 꼭두새벽부터 한국인들은 이부자리 박차고 일어나 일터로 나섰다. 무엇 하나 두려운 것도, 거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종내는 수천년 짓누른 가난의 멍에를 벗어 내던졌다. 철강왕 카네기 이후 세계 최고의 철인(鐵人) 박태준, 그가 허허벌판 맨땅에 제철소를 세우고 용광로에 불을 붙이는 순간, 한국은 동방의 등불을 높이 치켜들었다. 맨손으로 세계의 현대를 일궈낸 정주영, 그는 왜 동이 늦게 트는가 불평했다. 할 수만 있다면 태양도 일찍 뜨게만들 거인이었다. 그날 할 일에 설레어 새벽잠 못 이룬 그는 조용한 아침을 파괴한 한국의 영원한 CEO다. 또한 대우조선이 만든 LNG 운반선은 뉴올리언스 카트리나 허리케인도 끄떡없이 버텨냈다. 그리고 세계의 소니가 손을 내밀고, 자동차는 도요타와 맞서게 됐다. 신화는 삼성.LG에서, 수많은 기업에서 이어졌다. 드디어 경제 대국 10위권을 넘보게 되어 이러다가 세계 열강 제국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될 정도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코리아 신화의 주역은 가정을 지킨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남자들은 허구한 날 당파 싸움이나 하고, 그러다가 나라는 넘어갔고, 여인네들은 유린당했다. 그래도 대한 남아들의 힘을 북돋워주고, 새벽밥을 챙겨주었다. 더욱이 다산의 산고도 마다하지 않은 한국의 위대한 여인들, 그들이 길러낸 자식들이 조국의 경제 건설에 소중하고도 풍부한 일꾼이 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 되었다. 열심히만 일하면 누구나 잘살게 되었다. 괴나리봇짐에 애 둘러업고 상경해 판잣집에 살던 때가 엊그젠데, 그들 다수가 중산층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집없는 설움도 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부가 되었다. 학력의 차별 없이 누구든지 고시만 합격하면 판사도 되고, 관료도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대한민국은 만인에게 열린 기회의 땅이 되었다. 기실 기회의 천국이라고 하는 미국보다 더 기회가 많은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한국의 아침은 점차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기업은 노조가 무서워 외국으로 탈출하기 바쁘고, 실업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한창 일할 대낮에 산책하고 등산하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지극히 자유로운 직업을 가졌거나 실업자들이다. 이제 기회의 땅은 점차 분열의 나라, 희망과 비전이 안 보이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반면 노 정권은 민생을 추스르고 경제 통계와 씨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한가하게 비판 언론 기사나 집계하고 있다. 대통령은 연정이니, 새로운 정치 모델이니를 '연구'한다고 아예 공언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막판 뒤집기를 위한 묘수 짜내기에 골몰하니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세금마저 마구 올려 살던 집 팔아 세금을 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북한 정권에 대한 애정과 지원은 어찌 그렇게도 각별하고 끝이 없는지 대통령과 장관이 사재 정리해 지원하는 것도 아닌 바에야 수조원이나 드는 대북 지원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정중하게 의견을 여쭈어 보아야 함은 상식이 아닌가. 그런데 무슨 점심 약속하듯 쉽게 지원을 공약하는데 이것은 국민에 대한 무례함을 넘어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변해야 하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조차 개의치 않는 것이다. 불길하지만 이 땅에 조용한 아침의 교향곡이 서서히 울려 퍼지고 있다. 동방의 등불은 자칫 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제 누가 다시 대한민국을 시끌벅적하고 분주한 아침의 나라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누가 다시 기회가 넘쳐나는 풍요와 번영의 땅으로 만들 것인가. ** 이글은 중앙일보에 난 강원대.언론학 이관열교수의 글입니다.**

東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