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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동상과 이 시대 문제<동아에서 폄>

modory 2005. 9. 15. 11:04

[2005 맥아더 동상 논란]게릴라式 현대사 뒤집기 시도


15일은 인천상륙작전 55주년 기념일. 대다수 국민은 그동안 인천상륙작전을

6·25전쟁의 흐름을 바꿔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은 역사적 사건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일부 급진세력이 상륙작전을 지휘한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동상 철거를

주장하면서 우리 사회가 이념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전국민중연대 등 일부 운동권 단체는 폭력 시위까지 벌이면서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미국을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교포 간담회에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맥아더 동상은 우리의 역사다. 동상을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한미관계를 관리해선 안 된다. 동상을 그대로 두고 역사로서

존중하고 나쁜 건 나쁜 대로 기억하고,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을 비롯한 노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은

사태의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에선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인정하고

가치관의 준거로 삼았던 현대사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뒤엎으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도 이 같은 ‘게릴라식’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대한민국 현대사를

부정하는 듯한 인식을 간간이 드러내는 상황에서

이에 편승한 일부 운동권 세력이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을

통해 기존 주류 세력을 뒤엎는다는 정치적 계산을 깔고

동상 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일영(金一榮·정치학)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현판 파손 및 철거 움직임,

선정 기준이 모호한 친일파 명단 발표 등

일련의 과거 부정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일부 소수의 공격적

또는 폭력적 방법을 통한 문제 제기에 이어 희생자 생산을 통해

초법적 여론몰이 또는 마녀사냥식 행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상 철거론자들의 목표는 맥아더가 아니라 그로 상징되는

미국과 한미동맹에 대한 타격이며 반미(反美)자주화의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전상인(全相仁·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이번 사안은 동상 철거

요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거대한 마스터플랜 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직(金容稙·정치학) 성신여대 교수는

“현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가 감정적, 정치 보복적,

정략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눈치 챈 세력이

이를 악용해서 여러 가지 사안을 터뜨리고 나서는 양상”이라며

“이는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엘리트나 지식인층이

쌓아놓은 것을 다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시대 상황이 변함에 따라 기존의 역사관이나 가치관이

도전받고 수정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런 과정은 학문적 논의와

토론을 거쳐 객관적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호기(金晧起·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역사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개의

잣대가 있을 수 있는데 특정 관점에 따라 과거를 일방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2005년 9월 15일 동아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