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해체된 386 초선 그룹=‘탄돌이’ 중에서도 386의원은 1980년대 운동권 출신 20명가량을 포함해 30여 명이다. 이들은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승리’의 경험을 안고 정치개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 4년간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386 초선은 지난해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확연히 갈렸다.
기존의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 외에, 우상호 조정식 의원은 손학규 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지지했다. 최재성, 이인영 의원은 어느 경선 후보의 편도 들지 않고 당내 중립 세력으로 남았다. 정청래 의원은 일찌감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지지했다. 대선 참패 이후 중립 지대에 있던 최재성 의원은 손 대표의 그늘로 들어갔다. 손 대표 주위에는 현재 이들 386 의원 및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사실상 친위그룹화 한 상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탈당으로 중심을 잃은 친노 386 의원들은 진로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이들 386 초선 의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17대 대선의 지역구별 득표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서울과 수도권 386 초선 의원 중 18대 총선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의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386 초선들은 대선 패배 책임론의 주요 대상이 됐다. 현 정부 5년의 각종 실정(失政)과 어그러진 당청 관계, 잇따른 선거 패배와 당내 갈등 국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많다.
1980년대 사회주도세력으로 야심차게 정치권에 발을 디뎠지만 미래를 잉태하지 못한 채 자칫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수도권의 한 386 의원은 “청와대에서 국정을 농단하던 일부 386들과 정치권 386 의원들을 동일시하는 것은 억울하다. 청와대에서 오찬, 만찬 할 때 당의 젊은 의원을 불러준 적도 없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386으로 대표되는 민주·평화·인권의 근본 가치와 노선까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초선들 살길 찾기=충북은 지역구 8곳이 현재 모두 대통합민주신당 차지이고 이 중 초선이 6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유신당(가칭)에 호의적이다. 증평-진천-괴산-음성의 김종률 의원은 자유신당의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
민병두 박영선 김현미 등 주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 많은 정동영계는 대선 참패 이후 총선과 관련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들은 총선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구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80%대의 득표를 몰아준 호남의 초선들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벼운 편이다.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호남에는 대통합민주신당 현역 의원, 즉 탄돌이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며 대통합민주신당 초선 의원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적 쇄신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호남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도 이들 초선 의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그리고 위기의 친노그룹에 대해서
동아일보 길진균 기자는
-창당? 국민 곱잖은 시선에 총선 전망 어두워
-잔류? 공천 물갈이설 - 정체성 논란에 고민
-“쿠오바디스(Quo Vadis)?”
갈 곳 없는 친노 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썼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새 대표가 되고,
‘친노 공천 배제론’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등 ‘노무현 색깔 빼기’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이냐, 잔류냐의 갈림길에 선
친노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후 행보를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친노 정당 창당?=친노 그룹의
좌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탈당을
선택했다.
이 전 총리는 당내에서 ‘친노 배제론’
이 제기되자 밀려나기 전에 자진해서
나가는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에 이어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유시민,
이화영 의원도 탈당 결심을 굳
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이 전 총리의 탈당을
친노 정당 창당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전 총리가 대선 패배 직후
친노 인사들과 함께 정치연구소
‘광장’을 만든 것이 창당 시나리오의
일부라는 해석도 있다.
이화영 의원은 11일 “이 전 총리는 새로운 선명 야당을 하고 싶다는
고민과 연구에 따라 탈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그룹 탈당의 도화선은 공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쇄신을 위한 공천 물갈이의 대상을 최소 20∼30명으로 볼 때 계파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국민적 동의도 얻을 수 있는 물갈이
대상은 친노 그룹이라는 분석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공천 물갈이의 타깃이 친노 의원들에게 집중될 경우 친노 그룹의
대규모 탈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이 전 총리의 탈당은 노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출신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물론이고 현역 친노 의원들도
공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친노의 유일한 탈출구는 새로운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거나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총선 출사표를 낸 인사는 줄잡아 3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친노 세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부정적인 쪽이 많다는 것이
창당의 걸림돌이다.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윤호중 의원 등 일부 친노
의원들이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 역시 탈당하더라도
총선 전망이 밝지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정체성 부정?=상황이 어렵다 보니 친노 그룹 가운데
“나는 친노가 아니다”라는 자기 정체성 부정도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로 총선 출사표를 낸 윤승용 전 대통령홍보
수석비서관은 4일 지역에서 가진 출마 기자회견에서 “나는 엄밀한 의미에서
친노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수석은 “친노는 2002년 대선 당시 대선 캠프를 거쳐 현 정부에서
일하게 된 사람”이라고 ‘친노’를 규정한 뒤 “(나는) 2006년 말 기존의
홍보수석이 경질되는 바람에 청와대에 들어갔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친노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친노 그룹의 이탈 움직임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및
당직자들은 “이참에 당 쇄신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가 당 쇄신에 나서기가 오히려
쉬워졌다. 친노 그룹 가운데 일부가 남더라도 정체성도 수장도 잃은 집단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