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청개구리들의 노래

정치판에 뛰어 든 언론노조꾼들

modory 2009. 7. 25. 10:31

중앙일보 백일현 기자의 취재일기- 국회 난입, 몸싸움, 폭언 … 야당엔 투쟁 부추겨 ‘그들만의 언론노조’

2009.07.25 (토)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 모여 있던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 앞에 돌연 일부 방송사 PD 등 언론노조원 30여 명이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회 경위들이 출입을 통제하자 창문 등을 통해 무단 난입한 상태였다. 앞서 다른 노조원 100여 명과 함께 국회 본관을 에워싸고 투표에 참여하려는 한나라당·자유선진당 의원들의 본관 진입을 가로막기도 했다.

이들의 등장에 민주당 진영에선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노조원들은 마이크를 잡고 돌아가며 발언했다. “민주당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으면 국민에게 버림받을 거다.” “방송사 앵커 출신이 창문 타고 들어왔다.” 듣는 이를 묘하게 압박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곧 민주당 진영에 합류했다. 심지어 본회의장 방청석까지 들어와 ‘한나라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당 의원들을 거명하며 폭언을 내뱉고 기물을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랬던 이들이 24일 또 국회에 나타났다. 이번엔 6일째 단식 중이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찾아왔다. 방송사 PD인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언론악법 원천 무효 투쟁을 해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다. 의원직을 걸고 바로잡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노종면 YTN 지부장 등도 ‘투쟁’을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 대표는 이후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 비서실에 전했다.

언론노조가 민주당에 강경 투쟁을 요구한 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의원직 총사퇴라는 말이 무거운 말이지만 그런 각오로 야당 의원들이 싸워야 한다”(2월 27일 최상재 위원장)는 식의 발언으로 지난 수개월간 민주당을 수없이 압박해 왔다. 1월 광주에서도, 2월 대구에서도 이 단체 소속 노조원들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나 오로지 ‘투쟁’을 촉구했다.

이들이 법과 질서를 무시한 사례도 처음이 아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까지 진입한 뒤 소동을 피워 경찰 조사를 받았다. 급기야 이들은 22일 “외부세력의 본회의 실력 저지는 제헌국회 이래 처음”(국회 사무처)이라는 참담한 기록까지 세웠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특수건조물침입·특수공무집행방해 등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소위
‘언론노조’란 것은 언론계를 대표하는 기구도 아니다. 중앙·조선·동아·매경 등과 KBS 노조 등 주요 언론들이 빠져 있다. 언론노조는 “국민이 원한다”며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노조 소속 방송사 등의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은 단체가 실시한 ‘그들만의 여론’일 뿐이었고 민주당은 이를 거듭 인용했다.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던 ‘공영 방송 장악’ 등의 구호 역시 이번 미디어법 개정 내용에 비춰 정치적 선동과 수사에 불과했다는 게 입증됐다. 그런데도 공당인 민주당은 ‘방송 기득권 지키기’의 목소리만 드높은 이 단체와 거리낌없이 “함께하겠다”고 한다. 사실상은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형국인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