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구케의원

북한 인권 외면하는 민주당

modory 2010. 2. 12. 07:37

 '◐북한인권법안' 민주당 퇴장속 외통위 통과◑

2010.02.12 03:03

정부 내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북한인권 관련 민간단체의 활동을 적극 지원토록 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안'이 2010년 2월 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북한 인권관련 법안을 만든 것은 미국(2004년), 일본(200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전체인원 29명인 외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참석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14명)과 자유선진당 의원(2명) 등 16명 전원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북한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돼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대북압박의 상징이 될 뿐이다"(정동영 의원)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신낙균 의원)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연구·정책개발을 수행하는 '북한인권재단' 설립 ▲북한 인권개선 활동 민간단체에 경비 보조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17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자동폐기됐으며, 18대 국회 들어서도 민주당이 'MB악법'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었는데 남한의 민주당은 북한 김정일의 2중대쯤 되는 모양인가? 반대하는 정동영이나 신낙균 의원과 민주당은 아래 칼럼을 좀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조선데스크◈ '조선돼지'가 된 동포들

2010.02.11

소설가 정도상의 단편집 '찔레꽃'(2008)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북한 함흥에 사는 사촌 자매 사이인 충심과 미향이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신매매단의 꾐에 속아 두만강을 건넌다. 이후 그녀들 앞에 지옥 같은 삶이 펼쳐진다. 헤이룽장(黑龍江)성으로 팔려간 두 소녀는 억지 결혼을 한다. 늙은 남자에게 시집간 미향은 남편과 그의 아들이 성관계를 번갈아 요구하자 결국 미쳐 버린다. 충심은 그녀를 데리고 도망쳐 나와 옌볜(延邊)에서 마사지 걸로 생계를 이어간다. 정씨는 만주의 탈북자들과 남한에 정착한 북한 출신 여성들을 취재해 소설을 썼다.

충심과 미향처럼 인신매매단에게 끌려가 중국인이나 조선족과 강제로 결혼하는 여자들을 '조선돼지'(朝鮮猪)라고 부른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이 여성들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 출신의 밀입국 여성들은 중국 공안의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온 마을이 합세해서 돈 주고 사온 여자들을 숨기는 은닉(隱匿)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소설가 정도상씨는 "북한 출신 여성들을 마을 단위로 7~8명씩 사서 사실상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구타와 성폭행, 노동 착취 등 온갖 인권침해를 감행한다"고 증언했다. 공양미 삼백석에 중국 상인에게 팔려간 황해도 처녀 심청의 이야기가 오늘날 인신매매범을 따라 두만강을 건너는 '조선돼지'들을 통해 비통한 현실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 입각해 창작을 한다는 북한 작가들은 '가랑잎 타고 태평양 건넌다'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신통력을 찬양하는 판타지나 쓰고 있다. 우리 작가들이라도 북한 주민들이 겪는 참극(慘劇)을 기록해야 한다. 문학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우리 작가들은 인간이 아니라 돼지로 불리는 그녀들을 만나 고통을 증언하는 탈북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황석영의 장편 '바리데기'(2007)는 먹을 것을 찾아 만주 벌판을 방황하다 영국까지 흘러들어가는 탈북 소녀의 행로를 뒤쫓는다. 박찬순 소설집 '발해풍의 정원'(2010)에 실린 단편 '지질시대를 헤엄치는 물고기'에는 장마당(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다 숙청당한 북한 무역성 간부의 딸이 등장한다. 여자는 집안의 몰락을 경험한 뒤 북한을 탈출해 옌지(延吉)의 냉면집에서 2년 넘게 허리도 못 펴고 설거지하다가 고생 끝에 한국에 정착한다. 이대환의 장편 '큰돈과 콘돔'(2008)은 만주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탈북 여성이 북에 두고 온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상을 보여준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인민에게 흰 쌀밥과 고깃국을 먹이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북한 동포들은 그 소리를 듣고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1990년대에 굶어 죽은 가족, 친척 생각을 했을까. 국민을 굶겨 죽이며 만든 핵폭탄을 생각했을까. 김 위원장의 말은 폭발할지 모르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자기 나라에선 살 수 없어 국경 밖을 떠돌며 '조선돼지' 소리를 듣는 유민(流民)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동정의 언급도 없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명박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조선 돼지'들의 아픈 사연을 담은 우리 작가들의 소설책 한 권을 건네줬으면 한다.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의 원문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