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방송

[스크랩] 공영방송 KBS 문제 - 동아일보 2014-05-28

modory 2014. 5. 29. 08:38

 사장 임명에 정치적 입김… 임기 내내 공정성 시비 휘말려

    재난의 KBS 대수술이 필요하다


      《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KBS 기자들이 이런 ‘양심 고백’을 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간 지 2014년 5월 28일로 10일째가 된다. 이사회는 방송법상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위반을 이유로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했다. 28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길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이 통과되면 길 사장은 방송의 자유를 지켜내지 못해 쫓겨나는 첫 번째 사장이 된다. 역대 사장 가운데 서영훈(1990년) 정연주 사장(2008년)이 해임된 적은 있지만 각각 ‘예산 변칙 지출’과 ‘방만 경영’이 이유였다. 길 사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KBS 양대 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의 파행 방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가 23일 파업 결의를 한 데 이어 27일 KBS노조(1노조)도 재적조합원의 94.28%가 참여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83.14%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국가적 재난이 돼 버린 KBS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

      “뭡니까.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로 9시 뉴스를 20분만 방영하네요.”

      “공영방송이 개인방송입니까. 걸핏하면 제작 거부니 파업이니 하고.”

      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뉴스 프로그램이 축소 방송되거나 결방되는 일이 이어지자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 대책이 쏟아지고 6·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와 언론의 검증 기능이 절실한 때에 공영방송이 보도 역할을 포기했다며 성토하는 내용들이다.


      ○ 보도 참사 부른 ‘KBS 공식’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26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를 직접 취재하지 않고 시민 제보자가 보내온 영상과 이현주 아나운서의 멘트로 때웠다. 27일 경기 시화공단 폐기물 업체 화재 사고는 25초짜리 단신 뉴스로 전했다.

      세월호 사태로 불거진 KBS의 ‘보도 참사’는 사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탓이 크다. KBS에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KBS 공식’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내외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다. 사장은 임기 내내 편파 방송 의혹을 받으며 야당과 노조의 반대에 부닥친다. 정권 교체기에는 노조의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난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이 바뀔 때마다 투쟁이 반복되다 보니 몇 년 전 만든 ‘낙하산 사장 반대’ ‘KBS는 반성합니다’ 같은 시위용 피켓을 재활용한다”고 귀띔했다.

      보도의 친여 편향성 시비도 정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기자는 “정권이 바뀌면 사장이 바뀌고, 간부가 싹 갈리고, 당연히 방송의 논조도 바뀐다.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은 KBS 공식 중 하나다. 정연주 사장 시절에는 강동순 당시 KBS 감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방송을 반대 위주로 냈다”고 비판했다. 김인규 사장 때는 “군사정권의 화석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자들의 성명서가 나왔다. 최근 세월호 보도에 대해 젊은 기자들은 “편파 보도를 지휘하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에게 화가 났다”며 들고 일어났다. 지난해 KBS 기자협회 조사에서 KBS 기자의 75.8%는 “KBS 뉴스는 정치적 로비나 외압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 낙하산 인사 관행에 보도국도 줄서기

      민주화 이후 역대 KBS 사장 중 임기를 다 채운 이는 드물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임명된 박권상 사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노조의 퇴진 압력을 받으며 임기 70여 일을 앞두고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사장은 연임 당시 KBS 노조의 반대에 부닥쳤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해임됐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김인규 사장은 이례적으로 임기를 채웠으나 2012년 초 KBS 새노조는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90일 넘게 파업을 벌였다.

      KBS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한 기자는 “낙하산 사장 인사 관행이 보도의 정치적 독립을 어렵게 했다. 더 큰 문제는 회사 내에 줄서기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임원들이 교체되면 보도국 내의 실세 라인도 바뀌고, 여기서 소외된 세력은 야당 역할을 하며 실세들의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린다.

      전문가들은 KBS 조직의 정치화가 결국 저널리즘의 질을 하락시켰다고 지적한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방송학자 232명은 25일 KBS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KBS 구성원들에게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구성원들이 경원시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라”고 촉구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자는 뉴스 가치나 저널리즘 윤리를 따라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현재 KBS 보도국은 정치판이 돼 보도의 질이 떨어지고 지금과 같은 사태에 이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 방비워(방송비평워크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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